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악당임에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혹적인 인물이 있다.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 영국의 작가 도디 스미스Dodie Smith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101마리 달마시안One Hundred and One Dalmatians>의 주인공이다. 제멋대로에 아우라가 넘치는 런던의 재력가 크루엘라는 패션에도 지대한 관심과 센스가 있는 여성인데, 문제는 모피를 광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달마시안의 점박이 무늬를 보고 탐이 난 크루엘라는 강아지를 잔뜩 사들이거나 훔쳐서 99마리를 모으기에 이른다.
난 모피 때문에 살아... 내 신앙이라고...!
I live for furs... I worship furs...!
강아지 가죽으로 모피코트를 만든다니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악당이지만 똘똘한 강아지들은 무사히 구출이 되고 크루엘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처참한 말로를 맞이한다는 결말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 영화로도 속편까지 이어지는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에는 ‘101마리 달마시안’이 아니라 ‘크루엘라 드 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크루엘라Cruella>가 제작되었다. 1961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스핀오프 버전이라고 하니, 크루엘라가 악당이 되기까지 과거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탐욕과 허영의 화신 ‘크루엘라’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단번에 기억될 만큼 강렬하다. 블랙 앤 화이트로 반반씩 나눠 염색한 헤어스타일, 깡마른 몸매에 진한 화장, 강한 인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블랙의상, 색깔별로 즐기는 장갑에 화려하고 풍성한 모피코트 또한 빠뜨릴 수 없다.
1996년 발표된 영화 <101 Dalmatians>에서 글렌 클로즈(Glenn Close)가 연기하는 크루엘라는 마치 캐릭터에 빙의라도 된 듯한 모습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의상은 <나일 살인사건Death on the Nile>을 비롯해 3번의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안소니 파웰(Anthony Powell)이 디자인하고 바바라 마테라(Barbara Matera)가 제작했으며, 2000년에는 속편 <102 Dalmatians>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샤넬 스타일의 트위드부터 비즈로 장식한 오간자 드레스, 강렬한 모피 코트에 이르기까지 글렌 클로즈는 이 영화의상을 보관해 두었다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에 기증할 정도로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2021년 개봉 영화 <크루엘라Cruella>의 주인공은 다양한 장르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엠마 스톤(Emma Stone)이 맡았다. 영화 의상 디자이너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를 포함해 2번의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제니 비번(Jenny Beavan)이다. 아직은 크루엘라로 흑화되기 전의 에스텔라 역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만은 그대로 간다. 엠마 스톤은 지저분한 반반 헤어에 올블랙 가죽 의상과 스모키한 메이크업으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스타일의 모던 펑크 룩을 선보였다.
한편 트레이드마크인 모피코트의 편집광이 된 건 과연 언제부터 어떤 연유에 의한 것일까? 70년대의 런던에서 젊은 패션 디자이너 크루엘라가 개의 가죽, 특히 달마시안에게 집착하며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악당 중 한 명이 되기까지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크루엘라 드 빌이 되기 전, 10대 소녀 에스텔라Estella는 꿈이 있다. 재능, 혁신, 야망을 모두 갖춘 패션 디자이너를 바라지만, 현실은 꿈을 실현하기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난한 고아가 된 그녀는 베스트 프렌드 호레이스와 재스퍼, 두 아마추어 도둑과 함께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 그녀에게 부유하고 유명해질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떠오르는 록스타에게서 시그니처 디자인의 의뢰를 받으며 목적한 바를 진짜로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자의 재능을 가장 많이 사장시키는 건 전쟁이나 기아, 질병, 재난이 아니야. 바로 결혼이야.”
이미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를 지닌 여성이었던 크루엘라의 성장 스토리.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엠마 톰슨이 맡은 새로운 캐릭터의 역할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재스퍼와 호레이스 역할은 폴 월터 하우저와 조엘 프라이가 연기한다. 원조 크루엘라 ‘글렌 클로즈’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디즈니의 참신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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