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한 글재주로 제159회 일본 나오키상을 거머쥔 젊은 작가 시마모토 리오의 <퍼스트 러브ファ-ストラヴ>가 영화화되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폭력의 굴레와 억눌린 아픔을 그린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내면에 묻어둔 기억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든다.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이 연출하고 키타가와 케이코와 나카무라 토모야, 요시네 쿄코, 쿠보즈카 요스케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왜 그녀는 아버지를 죽여야만 했을까?
피투성이가 된 채 강가를 걸어가는 미모의 여대생이 체포되었다. 살해당한 건 그녀의 아버지. “동기는 그쪽에서 발견해주세요.” 용의자 히지리야마 칸나의 도발적인 한마디에 세상은 떠들썩해진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논픽션의 집필을 의뢰받은 공인심리사 마카베 유키는 남편 가몬의 동생이자 변호사인 안노 가쇼와 함께 진짜 동기를 찾기 위한 면회를 거듭하지만 칸나의 진술은 모호하기만 하다. 사건의 전모가 점차 미궁에 빠지는 듯싶던 중, 칸나에게서 어딘가 자신의 과거와 닮은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하는 유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카쇼의 존재와 칸나의 과거를 되짚으며 알게 된 사실을 계기로 유키는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어떤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 공인심리사란 전문적 지식 및 기술로 마음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 및 그 주변인에게 심리상태를 관찰·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상담·조언·지원을 하는 것을 직무로 한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왜곡된 애정, 유년기 방임과 학대의 경험, 첫사랑의 상흔, 굴절된 가족관계 등 가까울수록 깊은 상처를 주고받는 잔인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상처와 비로소 마주하게 된 등장인물들이 자신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상처 입은 채 침묵해야 했던 사람들이 받는 불합리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 ‘퍼스트 러브’에 대한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리라.
<주요 등장인물>
▷ 마카베 유키真壁由紀 : 키타가와 케이코北川景子
임상심리사. 해외출장이 잦았던 아버지와 전업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밝게 자라왔다고 알았던 어느 날, 용납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적을 알게 되고 집을 떠나 홀로 살아왔다. 자신 때문에 전문 사진작가의 길을 포기한 남편 가몬의 전적인 외조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한다.
▷ 마카베 가몬真壁我聞 : 쿠보즈카 요스케窪塚洋介
10년 전, 가쇼를 계기로 유키와 만나게 된 가몬은 유키에게 자신의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게 된 후 보도사진가의 길을 접고 그녀와 결혼한다. 이후 결혼식 카메라맨으로 일하며 아들 마사치카를 키운다.
▷ 안노 가쇼庵野迦葉 : 나카무라 토모야中村倫也
가몬의 이종사촌 동생이자 능력 있는 변호사. 대학 시절 유키를 만났고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사이로 친하게 지내며 형인 가몬의 사진 전시회를 유키에게 소개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몬의 부모에게 맡겨졌고 가몬과는 친형제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 히지리야마 칸나의 국선 변호사로 선임된다.
▷ 히지리야마 칸나聖山環菜 : 요시네 쿄코芳根京子
아나운서 면접을 보던 중, 면접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일하는 미술학교로 찾아가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으로 재판에 서게 된 미모의 여대생. 살해 이유를 묻는 경찰에게 직접 알아보라는 알 수 없는 대답을 함으로써 사건을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다.
*인물소개글: 출판사 책 소개 중
<그 밖의 인물>
▷ 히지리야마 나오토聖山那雄人:이타오 이츠지板尾創路
화가. 칸나의 아버지이지만 혈연관계는 없다. 근무처인 미술학교에서 칸나에 의해 식칼에 찔려 사망.
▷ 히지리야마 아키나聖山昭菜:기무라 요시노木村佳乃
칸나의 어머니. 나오토와는 미대 동창생으로, 학내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미인이었다. 딸인 칸나를 걱정하기는커녕 재판에서는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다.
▷ 고이즈미 유지小泉裕二:이시다 호우시石田法嗣
전 편의점 점원으로 현재는 게임센터 점장. 10년 전 집에서 쫓겨난 칸나를 자신의 집에서 보호했다. 칸나의 첫사랑.
▷ 가가와 요이치賀川洋一:키요하라 쇼우清原翔
칸나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약 2년간 교제했던 남성. 사진 주간지로부터 칸나와의 관계에 대해 취재를 받는다.
2020년 일본 NHK 특집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당시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듯싶다. 마키 요코, 카미시라이시 모카, 히라오카 유타, 요시자와 히사시 등 출연진의 힘이 약한 것 같기도 한데 이번 영화는 어떨는지... 다만 쿠보타 마사타카 주연의 범죄 로맨스물인 다른 일본 영화 ‘퍼스트 러브(初恋, 2019)’도 있고 후카다 교코와 와타베 아츠로 주연의 또 다른 TBS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First Love, 2002)’도 있다는 게 함정. 그러고 보니 제목이 너무 진부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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