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퍼레이드
Silent Parade, 沈黙のパレード, 2022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 캐릭터 ‘갈릴레오’ 시리즈의 9번째 작품 《침묵의 퍼레이드》가 감독 니시타니 히로시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탐정 갈릴레오’는 천재물리학 교수 유카와 마나부의 별명으로,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가 난제에 부딪칠 때마다 도움을 청하는 존재다. 사건이 초자연현상이나 마술처럼 기묘한 양상을 보일 때 과학적 증거와 논리적인 추리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그의 발상은 명쾌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1998년 단편집으로 첫 등장한 ‘탐정 갈릴레오’는 드라마로도 인기를 얻은 이후, 나오키상을 받은 첫 번째 장편 《용의자 X의 헌신》의 영화화로 이어지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 성공의 배경에 주연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또한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영화 《한여름의 방정식》 이후 9년만에 《침묵의 퍼레이드》로 돌아왔다. 여전히 꽃중년의 모습으로. 영화가 발표되었으니 국내에도 잠시 끊겼던 시리즈가 이로써 발간되지 않을까 점쳐본다.
실종됐던 여학생이 몇 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과거 쿠사나기가 담당한 소녀 살해 사건에서 완전 묵비를 관철해 무죄가 된 남자 하스누마. 하지만 이번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만다. 경시청 수사 1과의 형사·우츠미 카오루는 마침 이 동네에 와 있던 천재 물리학자·유카와 마나부에게 상담하러 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는 사건이라 거절당한다. 죽은 여학생은 생전에 동네에서 인기 높은 가수 지망생이었다. 부모님의 식당일을 돕기도 하는 착한 맏딸로 예쁘고 밝고 싹싹한 그녀를 모두들 사랑했다. 우연인지 호기심인지는 몰라도 식당의 단골이 된 유카와. 여름 축제를 앞두고 시끌벅적하던 식당에 뻔뻔스럽게도 하스누마가 찾아오고 증오의 공기가 온 동네를 뒤덮는다. 그리고 여름 축제 퍼레이드 당일 사건이 벌어진다. 하스누마가 살해되었다. 여학생을 사랑했던, 가족, 동료, 연인… 모두에게 동기가 있는 동시에 전원에게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한다. 과연 유카와는 “침묵”에 숨겨진 “진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등장인물>
유카와 마나부: 후쿠야마 마사하루
테이토 대학의 교수. 괴짜이면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물리학자. 논리적 사고와 과학적 검증으로 난사건을 해결하고 경찰 관계자들로부터 갈릴레오 선생님으로 불린다.
우츠미 카오루: 시바사키 코우
경시청 수사 1과 형사. 정의감이 강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분주하다. 유카와를 신뢰하고 있어 수사가 막히면 상담하러 찾아온다.
쿠사나기 슌페이: 키타무라 카즈키
경시청 수사 1과 형사. 유카와와 같은 대학 출신으로 절친.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서 무죄가 된 남자가 다시 다른 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르자 괴로워한다.
나미키 유타로: 이이오 카즈키
살해당한 여학생의 아버지로 키쿠노 상점가에서 식당 「나미키야」를 운영한다.
나미키 마치코: 토다 나호
나미키 유타로의 아내. 남편과 함께 「나미키야」를 꾸려 나간다.
나미키 사오리: 가와토코 아스카
나미키 부부의 맏딸. 가수가 되기를 꿈꾸는 여학생. 어릴 때부터 키쿠노 상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나미키 나츠미: 데구치 나츠키
나미키 부부의 둘째 딸.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언니의 죽음을 딛고 「나미키야」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다.
토지마 슈사쿠: 타구치 히로마사
나미키 유타로의 친한 친구. 키쿠노시에서 냉동식품회사 「토지마야푸드」를 경영한다.
미야자와 마야: 요시다 요
키쿠노 상가에 있는 오랜 책방 「미야자와 서점」의 주인. 축제 퍼레이드에서 “팀 키쿠노”를 총괄하고 있다.
니이쿠라 나오키: 시이나 킷페이
키쿠노시에 사는 음악 프로듀서. 사오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타로 키워내려 한다.
니이쿠라 루미: 단 레이
니이쿠라 나오키의 아내. 자신도 한때 가수로 활동했었다.
타카가키 토모야 : 오카야마 아마네
키쿠노시에 있는 인쇄회사 디자인부에 근무하고 있다. 사오리의 애인
마스무라 에이지: 사코 요시
여학생 살해 사건의 용의자·하스누마 칸이치의 전 동료.
하스누마 칸이치: 무라카미 준
과거 쿠사나기가 담당했던 소녀 살해 사건에서 완전 묵비를 관철해 무죄를 선고받고 이번 사건에서도 여학생을 살해한 용의자로 떠오른 남자.
키쿠논
키쿠노시의 공식 마스코트 캐릭터. 국화 요정을 이미지화하여 만들어졌다.
과거 사오리의 노래가 온 동네를 열광시켰던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차가운 몸으로 돌아왔고, 법의 맹점을 이용한 악인은 뱀처럼 빠져나가 오히려 동네 사람들을 조롱한다. 그리고 죽었다. 용의자는 그녀를 사랑한 보통 사람들. 슬픈 복수자들에 의한 혼신의 속임수를 반드시 밝혀야만 하겠냐! 싶지만, 살인은 엄연한 범죄가 아닌가. 그렇다 해도 “용의자X의 헌신”에서도 그랬듯이 안타까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렇게까지 해야 속이 시원하냐! 라고 유카와의 멱살이라도 쥐어 흔들어주고 싶어졌다. 살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죄목과 형량이 달라지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으면서,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어도 용의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법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갈릴레오의 유명세에 비해 영화는 3작품 밖에 없다는 게 신기한데, 따지고 보면 시리즈 중 장편이 몇 권 안 되는 탓에 당연한 결과라 하겠으니, 그렇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소설의 태반이 스탠드얼론이라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대개 유명 캐릭터를 창안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작품은 시리즈가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탐정 갈릴레오와 가가 형사, 그 밖의 짧은 시리즈를 비롯해 해마다 한두권씩을 발표하는 왕성한 창작활동과 엄청난 작업 속도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반면에 허술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아무리 유카와가 천재라 해도 트릭을 너무 단번에 찾아내는 것이 흠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압권은 미스터리보다는 퍼레이드 장면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화려한 가장행렬은 진짜 축제의 장에 참여한 기분이 들기에 충분했다. 흥분과 열기로 가득한 축제와 조용한 침묵의 대비가 일품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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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偵ガリレオ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소설
1. 『探偵ガリレオ 탐정 갈릴레오』 -단편
2. 『予知夢 예지몽』 -단편
3. 『容疑者Xの献身 용의자X의 헌신』 -장편
4. 『ガリレオの苦悩 갈릴레오의 고뇌』 -단편
5. 『聖女の救済 성녀의 구제』 -장편
6. 『真夏の方程式 한여름의 방정식』 -장편
7. 『虚像の道化師 허상의 어릿광대』 -단편
8. 『禁断の魔術 금단의 마술』 -단편
9. 『沈黙のパレード 침묵의 퍼레이드』 -장편
10. 『透明な螺旋 투명한 나선』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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