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일
落日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湊かなえ의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더 유명하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인간심리를 불편할 정도로 깊숙이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은 늘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2022년 발표된 작품 《낙일》은 절망의 심연을 본 사람들의 기도와 재생의 이야기로, 사회파 미스터리를 즐겨 제작하는 WOWOW의 4부작 드라마로 방송되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이 드라마에 관심이 가는 건 일단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에 있다. 이지적인 외모의 키타가와 케이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요시오카 리호. 투 탑을 연기하는 미모의 여주인공들의 상반된 매력이 좋은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게다가 거친 태도의 사형수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타케우치 료마와 존재 자체가 든든한 카리스마의 쿠로키 히토미까지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간다.
데뷔작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신진 영화감독 하세베 카오리는 사실 찍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다. 15년 전 일어난 「사사즈카쵸笹塚町 일가족 살해 사건」. 은둔형 외톨이 남성이 고교생의 여동생을 자택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후 불을 질러 부모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참혹한 사건이다. 기획 단계에서 그녀가 접촉한 각본가 카이 마히로는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고 거절하지만, 희생자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고는 호기심이 생긴다. 사실 카오리도, 마히로도, 사사즈카쵸 출신이었던 것이다. 판결도 확정된 오래전 사건에 어째서 카오리는 그토록 관심을 갖는 걸까. 피해자 사라가 왜 죽어야만 했는가가 궁금했던 카오리지만, 취재를 하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다른 진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혹해한다.
<등장인물>
하세베 카오리: 키타가와 케이코
신진기예의 영화감독. 15년 전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을 영화화하고 싶어 마히로에게 각본 집필을 의뢰한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느 과거”와도 관계가 있다.
카이 마히로: 요시오카 리호
신인 각본가. 사사즈카쵸 출신이라는 이유로 카오리로부터 각본 집필 제안을 받는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쫓다 보니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다테이시 리키토: 타케우치 료마
「사사즈카쵸 일가 살해 사건」의 범인. 여동생 사라를 참살하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도 살해한 사실을 자백하고 있다. 사형수로서 형의 집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오하타 린코: 쿠로키 히토미
로맨스 드라마의 여왕으로 불린 유명 각본가이자 마히로의 스승. 자신감 부족한 마히로의 성장을 독려한다며 따끔한 말을 건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테이시 사라: 쿠보 시오리
「사사즈카쵸 일가 살해 사건」의 피해자. 어릴 적부터 귀여운 외모로, 아이돌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빠 리키토에게 살해당한다.
하세베 마리: 마토부 세이
카오리의 엄마. 남편에게는 히스테리적으로 고함을 치고 어린 딸에 대해서는 교육이라 칭하며 베란다로 자주 쫓아냈다.
카미케 마사타카: 타카하시 미츠오미
마히로와 치호의 사촌. 보스턴에서 외과의사를 하고 있다. 사라의 진짜 모습을 아는 이츠카를 마히로에게 소개한다.
카이 료헤이: 미야가와 이치로타
마히로와 치호의 아버지. 2년 전 아내를 잃고 사사즈카초에서 혼자 살고 있다. 카페 「시네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낙이다.
사사키 신고: 하마다 마나부
영화회사 「신에이」의 프로듀서. 카오리가 가져온 영화의 기획에 관해서, 각본가를 마히로에서 오하타로 변경하려고 획책한다.
카이 치호: 코마이 렌
마히로의 언니. 어릴 때부터 우수하며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품고 있었다. 카오리와는 유치원 동창이다.
하세베 유키: 슈쿠가와 아톰
카오리의 아버지. 좀처럼 출세하지 못해 아내로부터 책망 받고 있다. 카오리가 5살 때 타계. 영화감상이 취미였다.
야마우에 미치야: 고바야시 타카시
사사즈카쵸의 영화관 근처에 있는, 찻집 「시네마」의 점주. 마히로의 아버지·료헤이의 단골이며, 카오리의 아버지·유키도 단골이었다.
모리시타 코야: 나카무라 코다이
사라와 이츠카의 중학교 동창. 머리가 좋고 스포츠 만능인 학생회장. 중학교 3학년 때 사라와 사귄다.
사쿠라 슌페이: 마츠오 타츠루
모리시타의 친한 친구이자 농구부의 캡틴. 사라, 모리시타, 이츠카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지만, 이윽고 관계성이 깨져 간다.
타치바나 이츠카: 타나카 모에
마사타카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사라와 같은 반이었다. 한때는 절친한 친구처럼 사이가 좋아 사라의 진짜 모습을 아는 인물.
아무리 참담한 사건일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워져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관계자라면 평생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해자 측이든 가해자 측이든. 사건의 진실이라는 것 역시 사람들은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진실에 누군가는 괴로워한다. 그것이야말로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과연 진실을 아는 편이 나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생긴다. 세상에는 모르는 채 두는 편이 더 좋았을 거라 후회되는 일들도 많으니까. 이 작품의 진실은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원작자의 성향을 비추어볼 때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동학대, 따돌림, 사이코패스, 피해망상증, 강박관념, 인간이 성장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왜 그리 험난한 것인지 안타까운 사연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슬프다. 지는 해는 다시 떠오를 것을 알기에 석양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잠시 어둠 속에 가라앉는다 해도 분명 태양처럼 다시 떠오를 날이 찾아오리라 생각한다면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날들에 조금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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