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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노트

나오키상 수상 소설원작 영화 ‘고비키초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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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木挽町のあだ討ち


 

 

일본의 주요 문학상인 나오키상과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동시에 수상한 나가이 사야코永井紗耶子의 미스터리 시대소설이 드디어 영화화되었다. 영화 <대정전의 밤에>, <도쿄타워> 등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세련된 수작을 다수 만들어내었으며 시대극의 거장으로도 유명한 미나모토 다카시 감독이 탁월한 영상미로 표현해내는 에도시대의 미스터리한 사건. 그 안에는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감동이 있다. 옛 문화의 정취와 함께 가부키의 전통을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계관이 어우러지며, 이야기는 시대극의 틀을 뛰어 넘어 극상의 엔터테인먼트로 승화된다. 아버지의 죽음에 피로 복수한다는 익숙한 설정에 대체 어떤 뒷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인지, 사건 자체가 단순해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무가의 소년 기쿠노스케는 아버지의 원수 앞에 섰다. 낭랑한 목소리로 신분을 밝히고 복수를 천명하는 소년. 길 가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자 도망칠 수 없었던 도박꾼 사쿠베에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든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흰 눈만이 조용히 내려 쌓이는 찰나, 두 사람은 칼을 부딪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번의 칼부림 끝에 소년의 칼이 흰옷을 붉게 물들인다. 원수는 쓰러지고, 소년은 쓰러진 원수의 위에 올라타고 숨통을 끊는다. 그리고 일어선 소년의 손에는 원수의 머리가 들려있다. “아버지의 원수, 사쿠베에를 해치웠노라.” 소년은 원수의 잘린 목을 들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고, 내리는 눈이 조용히 빨간 핏자국을 지웠다.

 

 

당시 만원세례이던 가부키 공연이 끝난 직후에 벌어진 일이기에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목격되어, 항간에서는 ‘고비키초의 복수木挽町のあだ討ち’라 불리는 이야기로 전해지게 된다. 그로부터 1년 반 뒤, 기쿠노스케와 인연이 있다는 사무라이 소이치로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다며 극장으로 찾아온다. 이 복수극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몇 가지 있어 보이므로 그것을 해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정한 성격의 소년 기쿠노스케가 그렇게 커다란 몸집의 남자를 무슨 수로 해치울 수 있었을까? 애초에 자신의 집이 있는 미노美濃밖에 모르던 기쿠노스케가 어떻게 에도江戸의 변두리 소극장 「모리타자森田座」까지 다다르게 되었을까? 남자는 사건의 목격자들을 차례로 만나 자초지종을 묻는다. 듣자하니, 기쿠노스케는 성가시게 굴면서 원수를 갚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극장의 바람잡이, 무술감독, 배우, 소도구 담당자와 그의 부인에게서 듣는 기쿠노스케의 민낯. 그러나 뭔가 석연치가 않다. 이윽고 출장 갔던 각본가가 돌아오면서 사건 당일 벌어진 놀라운 진상이 밝혀진다. 모든 게 자명해 보이는 멋진 복수극. 그러나 여기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같은 포맷으로, 전원이 주역과 같은 이야기. 따라서 쟁쟁한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복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시골 사무라이 가세 소이치로 역을 에모토 타스쿠, ‘모리타자’에서 각본을 담당하는 시노다 킨지를 와타나베 켄이 무게감 있게 연기한다. 복수를 이룬 기쿠노스케 역은 나가오 켄토, 기쿠노스케의 아버지를 살해한 무법자 사쿠베에 역은 키타무라 카즈키, 그밖에도 ‘모리타자’에서 여장배우 역의 세토 코지, ‘모리타자’에서 무술감독 역의 타키토 켄이치, 의상 담당 역의 다카하시 카즈야, 소도구 담당 역의 마사나 보쿠조, 그의 아내 역에 이모토 아야코, 도야마의 신 번주 역의 노무라 슈헤이 등 화려한 배역진이 함께 출연한다. 모든 인물의 말투를 바꿔가며 에도의 정경과 극장의 모습, 그리고 사건의 경위를 압도적인 필력으로 그려낸 원작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냈을지, 예고편만 봐도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마을다운 계략과 모리타자 사람들이 엮어내는 따스한 인정 속에 드디어 드러난 진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가이 사야코의 원작소설 <고비키초의 복수>

영화 <고비키초의 복수>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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