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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고의 고전을 각색한 신감각 드라마 ‘인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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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서워
にんげんこわい
人間怖い

 

 

일본의 전통 예술 중에는 “라쿠고”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는 ‘만담’이라 풀이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만담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만담漫談’은 대개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루어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유머와 해학을 전하는 스탠딩개그 스타일이라면, ‘라쿠고落語’는 ‘라쿠고카落語家’라 불리는 사람이 부채를 들고 무대 위에 앉아 홀로 몸짓과 입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인극 스타일이다. 우리의 전통예술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판소리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차이는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통해 청중들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5부작 드라마 [인간 무서워]는 라쿠고 공연 목록 중 ‘인간의 무서움’이 드러나는 작품을 살짝 비틀어 각색한 옴니버스 드라마다. 첫 화의 주인공 쿠로키 하루와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를 잘 하는지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면서도 다음 화가 궁금해지고, 이어지는 각화마다 오묘한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서 끝까지 홀린 듯 계속 보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300년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전설의 고향’처럼 시대극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서스펜스를 더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인기 만담가인 야나기야 쿄타로柳家喬太郎씨에 의한 만담의 해설도 있다.



<줄거리>

 


제1화

심안 心眼

 


잘생긴 맹인 안마사 우메요시(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어느 날 게이샤 코하루(마쓰모토 키요)에게 백번만 참배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는다. 마침내 참배 100일째, 귀가한 우메요시는 눈이 떠진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를 지지해 온 아내·오타케(쿠로키 하루)는 어딘가 기쁘지 않은 표정. 며칠 후, 우메요시는 단골고객으로부터 오타케는 코하루에 비해 못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라쿠고 원전에서는 모두 꿈이었던 걸로. 맹인이란 참 묘하지. 자는 동안만큼은 훤히 잘 보이니.

 

 

 


제2화

타츠미의 점괘 辰巳の辻占

 


이노스케(오카야마 아마네)는 유곽의 여인·오타마(야마모토 미즈키)가 자신에게 빠져있다고 친구·기쿠지로(다이토 슌스케)에게 자랑한다. 반신반의하는 기쿠지로는 그건 니가 복권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있으면 그 여자를 시험해보라고 부추겼고, 이노스케는 거짓으로 동반 자살을 부탁하기로 했다. 오타마가 이를 쾌히 승낙하자 이노스케는 기쁜 마음을 감추며 그녀와 함께 캄캄한 강으로 향한다. 라쿠고 원전에서는 둘 다 돌을 던져 서로를 속인다. 그날 점괘가 안 좋았어…….

 

 

 


제3화

염색집의 타카오 紺屋高尾

 


염색집의 성실한 청년 장인·큐조(나가야마 켄토)는, 에도 제일의 오이란·타카오 타유(타키우치 쿠미)가 그려진 미인화에 반해 있었다. 상사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큐조를 보다 못한 대장(오쿠다 요헤이)은 “3년 만에 돈을 모으게 해 주겠다”라고 약속한다. 열심히 일해 3년째 되던 날, 큐조는 돌팔이 의사의 주선에 의해 마침내 유곽 요시와라에 부자로 가장한 손님으로 들어서고 진짜 타카오 타유와 대면하지만……. 라쿠고 원전에서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니 다행이다.

 

 

 


제4화

미야토 강・상편 宮戸川・上

 


혼례를 올리려 하던 한시치(와카바 타츠야)와 오키미(나오)는 나룻배에서 취한 손님·카메(나카지마 아유무)와 얽힌다. 카메의 얼굴을 본 키미는 그가 친구·오하나(하기와라 미노리)를 덮친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한시치와 하나는 일찍이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지만 일 년 전 카메에게 습격당한 날부터 하나는 실종된 것이었다. 라쿠고 원전의 상편 이야기는 한시치와 하나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최종화

미야토 강・하편 宮戸川・下

 


키미로부터 카메(나카지마 아유미)야말로 하나(하기와라 미노리)를 습격한 범인이라고 들은 한시치(와카바 타츠야). 조심스레 카메에게 진상을 묻자, 술에 취한 카메는 “좋은 여자였다”라고 자랑삼아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미야토 강이란 현재의 스미다 강에서 아사쿠사 주변 유역의 옛이름이라고 한다. 라쿠고 원전에서는 하편은 잘 공연하지 않는다고 하고, 드라마는 방향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

 

 


 

“귀신이 무서워? 만쥬가 무서워? 아니, 인간이 제일 무서워.” 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이야기. 웬 만쥬? 먹는 음식 만쥬? 엉뚱하다 생각했더니 유명한 라쿠고에 “만쥬가 무서워(饅頭恐い; 만쥬코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있는지 없는지 확인되지 않은 어떤 현상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더 무서운 건 사실이다. 절도, 사기, 폭행, 살인, 모든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는 모두 인간이니 말이다. 시기나 탐욕으로 눈이 먼 사람들을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그려낸 드라마 속 이야기가 어쩐지 다른 시대 같지도 남의 나라 같지도 않은 이유는 인간 본연이 가진 어둠은 인종을 불문하고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리라.



www.toryukan.co.jp

 

 

* 만쥬가 무서워(饅頭恐い; 만쥬코와이)
서로 무서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사람만이 그런 건 없다고 허세를 부리다 다만 만쥬가 무섭다고 벌벌 떨었다. 다른 사람들이 골려주려고 저마다 만쥬를 갖다 주자 그 사람은 무서우니까 먹어 없애야 한다며 전부 먹어치운다. 그리고는 "이번엔 따뜻한 차가 무섭군." 하자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속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이야기.

 

만담가 야나기야 쿄타로 ( books.bunshun.jp )

 

 

라쿠고에는 늘 상연되는 고전 리스트가 있는데,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임에도 기대를 품고 공연장을 찾는다. 음악 콘서트나 연극이나 발레 공연과도 같은 개념인 것이다.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와 감동도 달라지는 건 당연하고, 따라서 ‘라쿠고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도의 기예를 배우고 익혀 스승에게 인정을 받은 후에야 무대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는 ‘장소팔, 고춘자’ 콤비 이후로 전통 만담가를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지만, 일본의 라쿠고는 젊은 층까지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드라마 <인간 무서워>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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