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 2020
고양이 일러스트라고 하면 뇌리에 먼저 떠오르는 건 늘 제리에게 당하는 가엾은 톰,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귀엽고 깜찍한 헬로 키티, 정도일까. 그런데 알고 보니 수많은 고양이 그림 작가의 원조 격이신 분이 있었다. 모든 동물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엉뚱한 화가 ‘루이스 웨인’. 종종 건방지고 의인화된 장면에서 고양이를 묘사한 이 화가의 삽화는 1880년대와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사이에 광범위한 명성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루이스 웨인이 고양이를 그리게 된 계기는 사랑하는 아내의 병 때문이었다고 한다. 웨인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방암에 걸린 에밀리 리처드슨에게 부부의 고양이인 ‘피터’는 큰 위안이 되었다. 그녀의 고통을 진정시키고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세계적인 고양이 화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운명 같은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자신은 광기에 사로잡힌 영국의 천재작가 루이스 웨인.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그의 예술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클레어 포이의 연기가 돋보인다.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워.
그걸 알게 해준 건 당신이었지”
1884년 결혼한 아내가 세상을 떠난 1887년까지 웨인은 계속해서 인간적인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눈이 휘둥그레진 고양이들을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묘사로 그려냈다. 1886년 주간지인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Illustrated London News’의 크리스마스 판에 기고한 “고양이의 크리스마스 파티A Kitten’s Christmas Party”라는 제목의 그림에 당시의 대중들은 금세 매료되었다. 휴일 축제를 즐기는 고양이 200마리. 그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편지를 쓰고, 게임을 하고, 만찬을 즐긴다. 야생동물이 아니라 애완묘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들은 단순한 그림에서조차도 유머로 가득하다. 크리켓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병의 코르크 뚜껑이 날아가 맞기도 한다. 행복해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마치 사람들의 즐거운 오락 시간이나 일상의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눈은 커다랗고 약간 어긋나 있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고양이에 대한 집착은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져 40대 들어 루이스 웨인 연보를 출간하기도 했으나, 전쟁 후 재정적인 어려움은 그를 고립되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아 1924년 정신이상 판정을 받고 베슬렘Bethlem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입원한 후에도 그의 창조적인 예술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1930년 냅스베리 병원으로 이송되어 78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루이스 웨인은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새롭고 다채로운 고양이의 세계를 재현하며 살았다. 때로 편집증적인 망상을 배경으로 한 광분한 고양이들의 그림도 그렸지만, 밝은 유토피아적 환경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평온한 아름다움도 동시에 존재했다. 그것이야말로 정신분열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 중 수많은 고양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서 그의 진정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Louis Wain
(1860-1939)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 | Offici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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