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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리포트

작품 속 감성을 극대화하는 바흐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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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사에서 바흐를 설명하며 ‘선뜻 다가가기 어렵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의 작곡가’라는 글을 읽었는데 바흐의 음악은 과연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처연함과 밝음이 공존하는 가운데 경건함 속에서도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로 인해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도 바흐의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의 배경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큰 건 서스펜스 영화인 것 같다. 아름다움이 잔인해질 때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것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선율이 머리를 쭈뼛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곤 할 만큼 바흐의 음악은 강한 각인효과와 함께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독일 출생 1685.03.21.~1750.07.28

 

바흐는 오랜 전통이 있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다. 궁정 바이올리니스트로, 교회 오르가니스트 겸 합창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프렐류드(전주곡), 푸가(독주곡), 토카타, 코랄 칸타타의 다수가 이 시기에 작곡되었다. 30세가 넘어 궁정 악장으로 취임하면서 명랑하고 활달한 기악곡에 몰두하여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대부분을 완성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의 체계를 잡았으며 전통적인 음악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해 꾸준한 작업을 계속했던 바흐의 정신을 수많은 작곡가들이 계승해 ‘음악의 아버지’라 불린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스릴러영화>

 

 

 

대부

The Godfather, 1972

 

영화 대부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세례식 장면(Baptism sequence)’에 흐르는 음악이 바로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푸가 C단조 BWV 582’다. 대부가 된 마이클(알 파치노 분)의 아들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장면과 상대 마피아들에 대한 응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는 그 시퀀스 말이다. 바흐의 음악이 흐르며 신부의 목소리와 대부의 대답 "I do."가 낮게 깔리는 가운데 탄생과 죽음이 엇갈려 비춰진다. 한마디로 정점을 찍는다고 할까. 인생의 모든 이치가 여기 함축되어 들어있음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Godfather baptism scene

♬  Passacaglia and Fugue in C minor, BWV 582





세븐

Se7en, 1995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의 바이블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잔인한 범죄를 그리면서도 세련된 영상미와 탄탄한 스토리로 인해 뛰어난 작품성을 평가받는다. 성서의 7가지 죄악인 탐식, 탐욕, 나태, 욕정, 교만, 시기, 분노를 주제로 연쇄 살인을 벌이는 끔찍한 살인마의 행적을 쫓는 두 형사. 미친 연기력의 소유자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죄악과 형벌에 관련된 책과 사진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 뒤로 바흐의 음악이 치명적인 울림으로 다가온다. ‘G선상의 아리아’. 바이올린 네 개의 현 중 가장 낮은 음인 g선으로만 연주되기에 G선상의 아리아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Bach, Johann Sebastian - Air Suite No. 3 In D Major

♬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Air





한니발

Hannibal (TV시리즈, 2013~2015)

 

 

섬뜩하기로는 제일이라고 손꼽을만한 ‘한니발 렉터’의 주제음악도 바흐다. 천재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가 등장하는 영화에는 모두 바흐의 음악이 삽입되는데 치밀한 머리를 지닌 한니발과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나 프렐류드에 나타나는 바흐의 짜임새 있는 대위법은 완벽성에 있어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같다. 원작자 토머스 해리스의 소설을 보면 사이코라고는 하나 한니발 렉터는 지적 소양이 높고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바흐의 음악과 함께 하는 모습이 썩 잘 어울린다고 여겨진다.

 HANNIBAL - Season 3 Soundtrack - J.S BACH

♬  프랑스 모음곡 2번 다단조 French Suite No 2 C minor BWV 813


 

 

☆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  Goldberg Variations
 한니발 Hannibal (2001)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Variation No. 25 and ARIA
 한니발 라이징 Hannibal Rising (2007)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Variation No. 1 and ARIA
♬  Prelude in A Minor BWV 543
 레드드래곤 Red Dragon (2002) 
♬  Prelude in F minor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스릴러 소설의 배경 음악>

 

 

바흐의 음악은 스릴러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특히 고전 작품에서는 고독하지만 낭만적인 면을 지닌 주인공과 함께 한다. 일례로 잭 히긴스의 작품 <우울한 킬러 A Prayer for the Dying>에서 창백한 얼굴과 동굴 같은 깊은 눈을 지니고 트렌치코트에 권총을 감춘 IRA 출신 명킬러 ‘팔톤’은 뛰어난 오르간연주자다. 성당에서 맞이한 위기의 순간, 기지를 발휘해 즉흥으로 행한 오르간 연주는 완벽했다.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D단조’. 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던 젊은 날의 바흐는 성 마리엔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 북스테후데를 만나 연주를 듣고자 바흐는 400㎞를 걸어 뤼베크에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유명한데,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이렇게 이용될 줄 바흐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아예 바흐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도 있다.


 

 

 

 

 마지막 칸타타 (La)Derniere cantate

저자 필립 들레리스

바흐의 푸가곡 '음악의 헌정'을 소재로 가공해낸 서양 고전음악 야사. 작가는 푸가곡의 비밀을 모티브로 모차르트, 베베른 등 서양음악 거장들의 작품과 의문의 죽음을 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낸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흥미진진한 구성에 국립음악원 출신 작가의 해박한 음악지식이 기호학적 상상력과 결합돼 읽는 재미를 더하는 책. [예스24 제공]


 히든 바흐 Offenbarung

저자 로버트 슈나이더

바흐의 미공개 육필 악보에 숨겨진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린 소설. 음악 미스터리로 유명한 작가 로버트 슈나이더의 작품으로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 진지함과 경쾌함을 넘나드는 유머, 페이소스를 곁들인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돋보인다. 오르간 연주자이자 바흐 연구가인 야콥 켐퍼는 어느 날, 교회의 파이프오르간 속에서 의문의 악보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음악계를 뒤흔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육필 악보였다. 야콥은 그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오라토리오 <요한계시록>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악보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바흐 협회 음악전문가들과 대립하게 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음악 영화가 주는 감동>

 

 

그렇다고 바흐의 음악을 광기와 스릴러 작품과만 연결하는 건 대단한 결례일 터. 감동을 주는 음악영화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흐의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이올린 플레이어 

Le Joueur De Violon, 1994

 

칸느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영화. 음악이란 모든 지위나 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들을 권리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오케스트라에서 뛰쳐나온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아르몽(Armand: 리차드 베리 분)은 지하철과 사람들로 북적대는 지하 공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외로운 영혼을 음악으로 달래준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적인 연주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BWV 1004의 제5곡 ‘샤콘느 Chaconne’로,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바이올린 플레이어 바하 샤콘느기돈 크레머

♬ Chaconne from Partita No.2 in D minor, BWV 1004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다.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다 폭격을 당하고 스필만의 가족들은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스필만이 생존을 위해 홀로 도피하던 중 은신처에서 오랜만에 배를 채우고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데 그때 그의 귀에 들려온 음악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제1번 프렐류드(Prelude)였다. 어둡고 추운 공포의 시대, 실내에서 흐르는 더없이 우아하고 평온한 음악이 주는 아이러니라니. 고독과 슬픔이 오히려 극대화되는 느낌이다.

▷ Bach - Cello Suite No.1 i-Prelude

♬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 I. Prelude by Mischa Maisky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De Battre Mon Coeur S'Est Arrete, 2005

 

저명한 피아니스트였던 엄마처럼 살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 험한 일을 하고 있는 20대 청년 토마. 우연히 오디션 제의를 받고 10년 만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 ‘토마’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바흐의 토카타 914번이 주제곡이라 할 수 있다. ‘토마’가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에서 연주하려는 곡이기 때문. 바흐의 토카타 914번은 형식에 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기교와 화려한 연주기법이 특징으로, 영화 속 삽입된 피아노 사운드트랙은 토마 역을 맡은 배우 로망 뒤리스의 친 동생이자 현역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캐롤린 뒤리스의 연주라고 한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와 드라마틱한 전개로 인해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마음을 사로잡는 곡이다.

Johann Sebastian Bach - Toccata en mi mineur BWV 914 (Piano : Caroline Duris)

♬ Toccata En Mi Mineur BWV 914 (Piano : Caroline Du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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