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일단 장르도서를 좋아하게 된 이상 진정한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고전 작품을 찾아 읽는 것이 참맛이라는 생각이다. 순문학에 입문할 때 명작들이 필수도서가 되는 것처럼 추리소설 역시 계보가 있고 현 시대의 작가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과거의 걸작이나 거장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니 말이다. 역대 미스터리 작가상 수상자들 중 영미권을 대표하는 에드거상과 대거상을 모두 석권한 작가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한 권을 읽고 나면 다른 작품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불끈 솟아난다는 점이다. 하나의 소설이 반짝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을 꾸준히 집필함으로써 그 공헌도를 인정받기에 이른 미스터리계의 거장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는가.
에릭 앰블러
Eric Ambler
1909~1998
영국 출신의 에릭 앰블러는 런던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입대, 사진부대에 배치된 이력을 발판으로 전쟁 후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산업에 몸을 담았다. 그의 소설이 마치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함이 살아있는 건 그런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정치적으로 확고한 반파시스트여서 소련을 동맹국으로 여긴 때도 있었으나 곧 스탈린의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낀 그의 작품에는 깊은 사고와 철학이 깃들어 있다. 기존의 흥미 위주 스파이 소설과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들을 써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심오한 전문 요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마지못해 사건에 끌려들어간 아마추어라는 설정 아래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흥미를 유발한다. 이렇게 문학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갖춘 소설들로 작품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는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라 불린다.
★ 작가상 수상 ★
Diamond Dagger (1986) / Grand Master Award (1975)
문학상 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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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통로 Passage of Arms, 1959
☆ 1959년 CWA 골드 대거상 ☆
지루한 유람선 여행에서 벗어나길 원한 두 명의 미국인 관광객이 싱가포르의 총기 밀수와 무슬림 혁명가들과 관련되며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모험을 겪게 되는 이야기. 1993년 국내에 출간되었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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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빛 The Light of Day, 1962
☆ 1964년 에드거상 ☆
이스탄불의 토프카피 박물관을 털려고 음모하는 세계적인 보석 도둑들과 엮이게 된 남자가 경찰에서도 압박을 받는 이중스파이의 위치에 놓인다는 엔터테인먼트 작이다. 영화 토프카피(Topkapi, 1964)의 베이스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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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반트인 The Levanter, 1972
☆ 1972년 CWA 골드 대거상 ☆
1970년대 시리아. 하웰과 테레사는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허가받지 않은 폭탄을 생산하는 게릴라 테러리스트를 발견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들을 돕도록 요구받는다. 레반트(Levant)는 중동의 팔레스티나(고대의 가나안 지역)와 시리아 부근을 가리키는 지리적 용어다.
국내 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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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의 가면
The Mask of Dimitrios, 1939
저자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미국에서는 《디미트리오스의 관 A Coffin for Dimitrio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며 국내에서도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전신인 「동서추리문고」로 소개된 바 있다. 2020년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는 이 걸작에 다시 주목하며 과거 미국판에서 임의로 삭제되었던 부분을 모두 복원한 완전한 판본으로 재출간했다. 과연 이야기를 읽을수록 ‘관’보다는 ‘가면’이 맥락에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1944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인 찰스 라티머는 휴가차 찾은 이스탄불의 파티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된다. 터키에서 시체로 발견된 악명 높은 국제적 범죄자이자 스파이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은 라티머를 사악한 정치적, 범죄적 책략의 세계로 이끈다. 처음에는 디미트리오스의 행적을 통해 경력을 재구성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프랑스, 그리스, 터키를 넘나드는 신출귀몰한 활동 무대가 놀랍기만 하다. 발칸 반도 전역에 걸쳐 있는 암살, 스파이, 마약, 배신의 그늘진 발자취를 따라가는 라티머의 여정과 함께 하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을 항해하는 기분을 맛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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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Epitaph for a Spy, 1938
어떻게 보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디미트리오스의 가면》과는 완전히 다른 본격 스파이물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늘 재미있게 즐기게 되는 작품 중의 하나다. 따라서 평단의 평가나 독자들의 의견을 떠나,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하나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소설을 선택하련다. 오락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인지 영화 《래제르브 호텔 Hotel Reserve(1944)》로 제작되었으며, TV시리즈로도 여러 번(1953, 1954, 1963) 극화된 원작이다.
프랑스 남부 피서지에 놀러온 청년의 휴가가 끝나갈 무렵, 난데없이 스파이 용의자로 체포당한다. 그의 카메라에 그가 찍은 기억이 없는 군사기밀이 찍혀 있었던 것. 자기도 모르는 새 카메라가 뒤바뀌는 바람에 벌어진 사태임은 증명되었으나 동구권 출신으로 사정이 있어 무국적자인 청년은 경찰의 강요에 의해 진짜 스파이를 찾는 일에 협조를 하게 된다. 범인은 같은 호텔 투숙객 중 한 명이 틀림없다. 래제르브 호텔에는 미국인 남매, 추방된 영국인, 그리고 홀로 여행하는 독일 신사 등 12명의 손님과 직원들이 있고, 이 모두가 용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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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의 여행
Journey into Fear, 1940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다양한 세계 문학 작품에 주목하면서 발굴된,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43년과 1975년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고 1956년 TV 시리즈로도 다루어진 원작소설인 만큼 국제적인 스케일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임에 분명하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에 돌입한 국가들의 치열한 암투 속에서 평범한 한 개인이 뜻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려 겪게 되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전운이 드리운 유럽. 영국 무기 제조사의 엔지니어 그레이엄은 터키 정부와 비밀스러운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늦게까지 놀다 이스탄불의 호텔 방으로 돌아오는데, 침입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 정보부가 보낸 암살자의 추격 속에 터키 비밀경찰이 마련한 화물선에 승선해 귀국길에 오른 그레이엄. 폐쇄된 배 안에는 헝가리 출신의 미녀 댄서, 독일 고고학자, 터키 담배 수출업자, 프랑스 사회주의자 등 신원이 확인된 몇 명의 승객만이 탑승해 있었지만, 과연 그럴까. 그럭저럭 항해에 적응해 갈 무렵, 배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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