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ある男
영화 《한 남자》는 거짓 인생을 살았던 한 남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간 삶의 근원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원작을 쓴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는 대학생이던 1998년 데뷔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젊은 천재작가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문단에 등장하면서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라 일컬어지던 그가 어언 20년이 흘러 중견작가가 되었다. 늘 삶과 죽음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관을 주제로 다루는 저자가 이번에는 인간적인 ‘선함’을 한 남자를 통해 그려간다. 2018년 발표해 제70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2022년 영화화되며 원작의 우수함에 걸맞게 제46회 일본아카데미상에도 거의 모든 부문이 노미네이트되었다. 한 남자의 미스터리한 비밀을 따라가며 과연 어떤 공감을 얻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변호사 ‘기도 아키라’는 과거 의뢰인이었던 ‘리에’에게서 기묘한 상담을 받는다. 그것은 바로 죽은 남편의 ‘정체’를 조사해달라는 것. 이혼 후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만난 다니구치 다이스케와 재혼한 리에는 새로 태어난 아이까지 네 명의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지만,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돌연 남편이 타계하고 만다. 그런데 오랜 세월 소원해 있던 형이 나타나 영정사진을 보고는 “이 사람 다이스케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판명된다. 그렇다면 사랑했던 남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그는 진짜 이름을 버린 채 가짜 이름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다이스케로서 살던 ‘한 남자’의 추적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의 색채를 드리우는 가운데, 조금씩 그에게 다가갈수록 기도의 마음도 복잡해진다.
‘사랑했던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등장인물>
기도 아키라: 츠마부키 사토시
변호사. 옛 의뢰인이었던 리에로부터 죽은 남편의 신원을 조사해달라는 기묘한 상담을 받고 ‘한 남자’의 정체를 조사한다.
다니구치 리에: 안도 사쿠라
한 번의 이혼 후 다이스케와 만나 재혼, 행복을 다시 꿈꾸게 되었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그리고 그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니구치 다이스케(한 남자 ‘X’): 쿠보타 마사타카
정체를 숨긴 채 ‘다니구치 다이스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으나 사고로 죽음에 이른다. 어째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는지 그 이유는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다니구치 다이스케(진짜 본인): 나가노 타이가
진짜 다이스케. 가짜가 있다면 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고토 미스즈: 세이노 나나
진짜 다이스케의 전 연인. 사라진 다이스케를 찾아내고자 한다.
다니구치 교이치: 마시마 히데카즈
절연상태이던 동생의 사후 법회에 참석해 죽은 이가 전혀 다른 사람임을 발견한다.
고미우라 노리오: 에모토 아키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인물. 호적 교환 브로커.
나카키타: 코야부 카즈토요
변호사. 기도 아키라의 동료.
다카모토 하쓰에: 야마구치 미야코
리에의 친정 엄마.
다니구치 유토: 사카모토 마나토 (아역: 모리 유리토)
리에의 전 남편과의 아들.
다니구치 하나: 오노이 나나
리에가 재혼해 낳은 딸.
기도 가오리: 마키 요코
기도 아키라의 아내.
기도 소타: 이와카와 하루
기도 아키라의 아들.
이토: 키타로
죽은 다이스케(X)가 근무하던 회사 사장.
아카네: 가와이 유미
‘한 남자(X)’의 과거와 연결되는 인물.
야나기사와: 카토 신스케
‘한 남자(X)’의 과거와 연결되는 인물. 복싱 트레이너.
코스가: 덴덴
‘한 남자(X)’의 과거와 연결되는 인물. 체육관 회장.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등 화제의 문학작품을 영상으로 담아내며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는 감독 이시카와 케이가 메가폰을 잡았다. 각본은 무카이 코스케. 출연진으로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사쿠라를 비롯해 쿠보타 마사타카, 마시마 히데카즈, 마키 요코 등과 그 외에도 내로라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이 포진되어 안정된 연기는 물론 섬세한 감정선으로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비춰지는 그림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처럼 누군가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나의 뒤통수를 또 누군가가 바라본다고 생각해보라.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X라는 한 남자를 쫓아가며, 누군가의 생애를 통해 어쩌면 나일수도 있는 삶의 본질을 사유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든, 지금을 살고 있는 나의 시간은 현실로서 존재한다. 리에의 사랑과 슬픔은 가짜를 위한 덧없음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진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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