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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보내는 메시지, 일드 특집극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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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ガラパゴス


 

 

오랜만에 보는 배우 오다 유지는 중후함이 더해지니 더욱 깊은 매력이 느껴지면서 어쩐지 신뢰감이 높아진다. 2023년 NHK의 특집드라마 <갈라파고스>의 베테랑 형사를 연기한 그는 일찍이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踊る大捜査線シリーズ>로 오랜 기간 경찰 역을 맡은 풍부한 이력으로 말미암아 리얼함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일본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소재로 사각지대에 놓인 파견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하고 일본의 사회와 기업의 문제점을 제기한 사회파 형사드라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수사드라마라 규정짓기에는 짐작하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해왔던, 그리고 국위와 기업경제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숨겨온 진실이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인해 형사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수사 1과 계속 수사반의 형사·타가와 신이치(오다 유지)는, 감식과의 키바타(사쿠라바 나나미)의 부탁을 받아 신원 불명의 사망자 리스트를 조사하고 있었다. 타가와는 리스트 ‘903’의 남자가 자살로 가장해 살해되었다는 것을 간파해 수사에 나선다. 끈질긴 탐문을 이어간 타가와와 키바타는 드디어 ‘903’이 오키나와 출신의 파견 노동자·나카노 사다후미(미츠시마 신노스케)라는 것을 밝혀낸다. 한편, 특수반 수사계의 토리이(이토 히데아키)는 타가와를 견제하면서, 뒤로는 인재 파견 대기업의 모리(타카시마 마사히로), 자동차 메이커의 사장 마츠자키(츠루미 신고)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생전의 나카노가 파견 노동자로서 일하던 각지의 근무처를 찾아다니던 타가와가 알게 된 것은 파견직이 겪는 불합리한 환경과 나카노가 세상에 무엇인가를 알리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닌 내용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살해되어야만 했을까? 타가와는 열쇠를 쥐고 있을 거라 짐작되는 토리이와 대치한다.

 

 

 

 

 

제목의 ‘갈라파고스’란 일본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용어로,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세상과 동떨어져 고립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생산성이 높은 제품이나 기술이 외부에서 도입되면 도태될 위험에 빠진다는 현상을 뜻한다.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결과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댄 것으로, 기업의 추락을 막고자 고안한 방법이 오히려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만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하는 신종 사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외딴 아파트 단지의 빈방에서 발견된 청년의 시신이 자살로 정리된 이면에는 악의 집단에 의해 완벽한 구도로 짜인 음모가 숨어있었다. 인간의 탐욕과 사욕이 낳은 비극적인 죽음. 과연 청년의 메시지는 사회에 전달되었는가. 

 


<등장인물>

 

오다 유지(수사1과 계속수사반) / 사쿠라바 나나미(감식과 신원불명상담실) / 미츠시마 신노스케(파견노동자)

 

 

 

이즈미 리카(모리의 비서) / 토다 나호(타가와의 아내) / 카미지 유스케(나카노의 전 동료)

 

 

 

타카시마 마사히로(인재파견회사 사장) / 츠루미 신고(자동차메이커 사장) / 이토 히데아키(수사1과 특수범수사계)

 

 

 

 

집념의 수사를 이어가며 여행의 끝에 다다른 형사에게 죽은 자의 간절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비용 절감을 종용하며 가장 낮은 위치에 선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파견노동자의 현실이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닭장 같은 기숙사는 상상할 수 있는 범주라 쳐도,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할 것을 권장하는 체제는 충격적이었다. 그건 공산당이 쓰는 수법 아니던가.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별반 차이가 없는 사회구조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 땅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매우 두렵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짓밟히고 숨이 막혀오는 환경에 처하면 인간은 살기 위해 눈이 멀고 급기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이 잘못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벼랑 끝에 밀린 자들을 벌하기보다 먼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쪽을 직시해야하지 않을까. 그 한발을 내딛는 일이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그저 잘려나가는 도마뱀의 꼬리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세상, 차별과 빈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SP드라마 ‘갈라파고스’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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