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의 이력
グレースの履歴
아내가 자동차 ‘그레이스’의 내비게이션에 남긴 이력에 대한 의혹을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 주연을 맡은 배우 타키토 켄이치는 연극무대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꽃미남이 아니라서 오히려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 특히 묘한 색채를 띠는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솔직히 첫 화의 절반 이상이 지나기까지 대체 어떤 장르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 이 드라마 <그레이스의 이력>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비밀을 품은 아내 역의 오노 마치코 또한 강렬한 존재감으로 향후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증폭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극의 후반 미스터리가 급부상하면서 빨간색 혼다 S800 ‘그레이스’의 내비게이션 기록을 따라 과연 어떤 곳으로 달리게 될 것인가 또한 기대가 커진다. 영화 《도쿄타워》를 연출한 일본의 감독이자 각본가·미나모토 다카시源孝志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흔을 맞이하며 기념으로 나홀로 여행을 계획한 아내 미나코는 ‘그레이스’라는 애차를 타고 나리타공항으로 떠난다. 그런데 며칠인가의 날들이 지나고 남편 기쿠오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이 전해진다. 남프랑스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버스에 아내가 타고 있었다는 것. 현지로 날아간 기쿠오는 끝내 사망한 미나코의 시신을 마주한다.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부부이기에 홀로 남은 기쿠오의 슬픔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멍한 나날을 보내던 중 변호사가 찾아와 아내의 유언장을 건넨다. 사고를 미리 알리도 없건만 어째서 아내는 유언장을 써두었는지 의아해하는 기쿠오가 더욱 놀란 건 아내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자신은 아내에 대해 뭘 알고 있었을까. 게다가 아내는 어째서 운전도 못하는 자신에게 애차를 남겼을까.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딴 기쿠오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려다 과거의 이력을 보게 되는데, 불가사의한 주행 이력을 발견한다. 여행을 떠난 날 바로 공항에 간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남편 몰래 일본 각지를 방문했던 것. 아내의 부정을 의심한 남편 기쿠오는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그레이스의 이력’을 더듬어가는 여행을 결심한다. 후지사와藤沢, 마츠모토松本, 오미하치만近江八幡, 오노미치尾道, 마츠야마松山...... 과연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등장인물>
하스미 기쿠오: 타키토 켄이치
제약 회사의 생약 연구원. 야채나 면류를 좋아해 사내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염소씨라고 불리는 초식계의 중년.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하고 유일한 육친이었던 친아버지도 타계해, 가족은 잉꼬부부인 아내 하나뿐.
하스미 미나코: 오노 마치코
해외 엔틱 가구를 취급하는 바이어. 기쿠오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아이는 아직 없다. 40대를 맞이하여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있어 오랜 세월 계속해 온 일에 일단 종지부를 찍을 것을 결의하지만...
후지키 토시히코: 이토 히데아키
미나코의 전 애인. 소탈한 성격으로 샐러리맨을 그만두고 지가사키에서 메밀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자식이 있는 연상의 아내와 결혼하여 유유자적하게 사는 남자.
후지키 사에: 구로타니 도모카
후지키 토시히코의 아내. 전 프로서퍼. 두 아이를 데리고 결혼했다. 밝고 대범한 성격에 자유분방한 연하남편을 잘 조종하는 포용력 있고 매력적인 여성.
토가시 유키오: 에모토 타스쿠
기쿠오의 동생. 시가현 오미하치만의 양조장에서 장인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다. 30년 전 부모가 이혼하며 엄마를 따라가 생이별한 형 기쿠오와는 그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하네다 준야: 하야시 켄토
지역 신문사를 그만두고 이복형을 찾기 위해 아오모리에서 교토를 목표로 히치하이크를 계속하고 있다. 시가현의 이부키 산자락에서 태워준 기쿠오와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니시나 하루카: 야마자키 히로나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 있는 여고의 영어 교사.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오토바이를 좋아하며 활동적이고 기가 세지만, 요리를 잘하는 면도 있다. 우연히 만난 키쿠오가 신경이 쓰인다.
니시나 세이지로: 우자키 류도
하루카의 할아버지. 신슈의 스와호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며 솜씨 좋은 노정비사로 사랑받고 있지만 실은 빛나는 경력의 소유자이며, 그것이 기쿠오와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이가와 사오리: 히로스에 료코
기쿠오의 전 애인. 외국계 대기업의 유능한 사원으로 해외 부임을 계기로 기쿠오와 헤어지고 미국인과 결혼했지만 8년 전에 이혼, 외아들을 남기고 실의한 채 일본으로 귀국했다. 지금은 에히메현 마츠야마에서 가든샵을 운영하고 있다.
하스미 케이이치로: 나카하라 타케오
기쿠오의 아버지. 일찍이 대기업 제네콘 터널 공사의 기술자였다. 아내와 이혼 후에는 장남 기쿠오를 혼자 키웠다.
마미야(하스미) 치에: 오카 미쓰코
기쿠오의 어머니. 재혼해 비와호 부근에서 둘째 아들 부부와 함께 산다. 이혼 당시 장남 기쿠오를 놓아준 것이 지금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다.
하카마다 노부: 이시바시 렌지
미나코로부터 유언을 맡은 변호사. 아내를 잃은 기쿠오를 따뜻하게 격려한다.
츠노다 준사쿠: 키무라 유이치
하네다 준야의 이복형. 교토에서 운영하는 양식점에 이복동생이 불쑥 나타나 당황한다.
스기모토 테츠타로: 히라노 키나리
기쿠오의 후배. 제약회사 신약 연구원. 아내를 잃은 기쿠오를 걱정한다.
카시와기 리쓰코: 미나미
센트럴 투어의 현지 안내원. 프랑스어에 능통하다. 미나코가 사망한 사고로, 자신도 부상을 입는다.
토가시 아미코: 토쿠나가 에리
기쿠오의 남동생 유키오의 아내. 두 아들과 치매 시어머니를 돌보는 착한 여성.
미야카와 에쓰코: 미무라 리에
미나코의 절친한 친구이자 산부인과 의사. 미나코가 신뢰하는 인물.
아름다운 일본의 풍경을 배경으로 명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쿠오 앞에 차례차례 나타나는 사람들. 과연 아내는 남편을 배신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메시지를 준비해 놓은 것일까. 감동의 라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라는 독후감을 통해 유추해보자면 배신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어떤 이야기가 드러날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으니 다음화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절망과 고독에 잠긴 기쿠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를 기대해보며, 무엇보다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여로를 감상한다는 만족감도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작품이다. 명차가 잇는 사랑과 유대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드라마는 NHK의 8부작이다. 실력파 주연배우 외에도 화려한 출연진이 포진되어 있으며 원작의 작가가 직접 각색·연출을 맡았으니 일단 믿고 볼만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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