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 만든 걸작, 주목되는 소설 원작 영화

평단과 대중에게서 화제가 된 책은 영화계에서도 주목받기 마련이다. 물론 원작이 뛰어나다고 해서 영화도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재료가 요리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작도 여러 편 경험해보았으나,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다음 영화들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크다. 원작들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한데다, 감독을 비롯해 빵빵한 출연진과 스탭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세편의 작품, 명작이 낳은 걸작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2023

 

 

2017년 최다 매체에서 ‘최고의 책’을 석권한 논픽션 『플라워 문』이 영화화되었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원작자 데이비드 그랜은 FBI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수사 체계의 형성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여주며,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밝혀낸다. 부제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에서 짐작되듯이 금욕적인 텍사스 레인저, 부패한 사립탐정, 무시무시한 갱과 강도 같은 인물 군상들을 다채롭게 그린 작품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맡은 영화는 이 책을 바탕으로, 1920년대 초 오클라호마주에서 일어난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다. 이러저리 쫓겨 다니다 척박한 땅에 정착하게 된 오세이지 부족. 그런데 그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부족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해진다. 그러나 한 가족의 죽음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부족원들이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살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FBI가 사건을 맡았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살인자들이 오랫동안 처벌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던 사악한 비밀과 소름끼치는 음모가 드디어 폭로된다.

 

감독: 마틴 스콜세지
원작: 데이비드 그랜(David Grann)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제시 플레먼스, 릴리 글래드스톤

---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An Cailín Ciúin, 2021

 

 

미국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 하나이자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화제작 『맡겨진 소녀』가 영화화되었다.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아일랜드의 천재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운 환경에 처한 어린 소녀의 상실감과 불안함을 상징하듯 영화는 <말없는 소녀>라는 제목 하에 특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아일랜드 영화로서는 최초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 등을 수상했다. 1981년 여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부모에 의해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의 농장으로 보내진다.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소녀는 그동안 몰랐던 애정과 따뜻함을 발견하고 그들의 보살핌 속에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어느덧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트는 가운데 가슴 저린 순간이 다가온다.

 

감독: 콤 바이레아드
원작: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 <맡겨진 소녀Foster>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앤드류 베넷, 마이클 패트릭

---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2023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이자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로알드 달의 단편 소설집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엉뚱한 상상력과 마술적인 이야기로 유쾌한 감동을 선사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매력을 풍기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치와 입담을 자랑한다. 어린이와 성인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내용이 담긴 원작이지만, 영화는 헨리 슈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헨리 슈가는 돈 많은 귀족 백수. 어느 날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도 출신의 낯선 환자에 대한 의사의 보고를 우연히 듣게 된다. 호기심이 생긴 헨리는 이 명상 방법에 대한 설명이 기록된 상세한 인터뷰를 훔쳐내 3년에 걸쳐 그 능력을 마스터하고는 즉시 도박에 사용한다. 덕분에 상당한 부를 축적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는 도리어 저주를 불러오고, 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환상의 세계를 선사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과 그의 군단이 뭉쳤으니, 그야말로 멋진 스토리일 것임이 분명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
원작: 로알드 달(Roald Dahl)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Six more>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루퍼트 프렌드, 랄프 파인즈, 벤 킹슬리, 리차드 아요아데, 데브 파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