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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早坂家の三姉妹 brother sun] 하나사카가의 세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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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지 유키야小路幸也는 엄청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작품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걸까? 솔직히 독자를 끌어들이는 몰입도는 약하지만, 잔재미는 꽤 있는 편인데 말이다. 이 작품도 소소한 일상의 흔히 있을 수 있는 가족이야기를 그린 소품 같은 소설이다. 처음 출간된 제목은 [brother sun 早坂家のこと]. ‘하나사카 가에 생긴 일’이라고 하면 될까? 하나사카 가에는 세 명의 자매가 있다. 안즈, 카린, 나츠메. 엄마는 자매가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3년 전 재혼해서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구해 이사를 했는데, 새엄마가 낳은 남동생의 이름이 바로 Sun이다. 요陽 짱. 일본은 이름 붙이는 게 특이하달까, 재미있다고 할까, 만약 우리나라라면 놀림 꽤나 받을 것 같지만, 그들 문화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예쁜 이름이라고 받아들이나보다. 살구(あんず), 모과(かりん), 대추(なつめ)에 그들 과실이 잘 자라도록 빛을 비추는 태양(陽)이라니 말이다. 수박(すいか), 귤(みかん), 포도(ぶどう)라는 이름이 될 뻔했다고도 하니 대추는 양반인 셈이다.

 

 


여하튼,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을 한데다, 피차 재혼이라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생략한 아빠와 새엄마를 위해 세 자매는 모처럼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한다. 아직 2살밖에 안된 아가를 맡아 돌보아주기로 하고. 두 분이 떠난 바로 그날, 있는 줄도 몰랐던 백부라는 분이 찾아온다. 대체 20년 동안 서로가 소식조차 끊고 살아오게 만든 형제간의 사정이란 게 뭔지,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는 또 무엇인지, 세 자매는 몹시 궁금하지만 백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 떠나고 만다. 그러나 핏줄은 통하게 마련인지 우연과 필연이 겹쳐 과거의 전말이 밝혀지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니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맹점이다. 자신들은 쇼킹하다고, 심한 이야기라고는 하나, 3류 드라마에서 곧잘 등장하는 류의 삼각관계 또는 불륜관계일 뿐이니까. 뭐 실제로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또 느낌이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각기 성격은 달라도 사이좋게 지내는 세 자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흐뭇한 기분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여자형제가 없는 나로서는 조금 부럽기도 했고. 어렸을 때는 언니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여자형제가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게다가 이토록 정다운 자매들의 모습을 볼 때는 더더욱. 첫째는 다정하고 인자한 성격의 약혼자가, 둘째는 좋은 집안의 차분한 도련님 같은 애인이, 셋째는 잘생기고 이해심 많은 혼혈 남친이 있기에 화목함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듯한 이 하나사카 가의 이야기는 자매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가족관계야 복잡하면 어떠랴. 무슨 일이 있어도 따스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바람직한 가족 아니런가. 저자의 다른 작품 [도쿄 밴드 왜건]과 비슷한 부분은 있어도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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