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의 빨간 지붕
坂の上の赤い屋根
일본작가 마리 유키코真梨幸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다크 미스터리 드라마. 원작소설 자체가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그리는 “이야미스”라고 알려져 있다곤 하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분위기가 흐르는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사건의 잔혹성 때문만은 아닌 것이 등장인물이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탓이다. 부모를 살해하고 토막 낸다는 건 어지간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위. 어둡긴 해도 온통 피칠갑을 한 화면은 악귀를 보는 듯 그로테스크하다. 게다가 범인으로 체포된 두 남녀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지, 세뇌를 당한 건 진짜 누구인지, 아니면 악인과 악인이 서로를 이용하는 건지,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그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참혹한 진실에는 달라질 것이 없으니 진상을 향해 가는 길이 더욱 두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이 밀려든다. 즉, 소설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렇다고 끝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일단 캐스팅이 좋고 전반적으로 템포도 적당하다.
출판사의 편집자·하시모토 료는 신인작가·오구라 사나가 가져온 소설기획에 흥미를 보인다. 그녀는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고생 부모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인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붉은 지붕의 집. 18년 전 이 집에서 인격자로 평판 높았던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사람은 친딸 아오타 아야코와 그의 연인 오부치 히데유키였다. 재판에서 아야코는 자신은 세뇌 조종당한 거라 주장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오부치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형선고를 받았다. 출판사는 자극적인 소재로 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이를 연재하기로 결정하고, 오구라는 하시모토의 도움을 받아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시켜 간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엇갈리는 증언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당시 18살이었던 아야코는 불량스런 악녀인가 수수한 아가씨인가. 미남 청년 오부치 히데유키는 수완 좋은 남자인가 여자를 조종하는 파렴치한인가.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한편 아야코의 조기출소 소식을 들은 오부치가 자백을 번복하며 재심을 청구한다.
<등장인물>
하시모토 료: 키리타니 켄타
토도로키 쇼보(轟書書房)의 부편집장. 18년 전의 「여고생 부모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획을 받아들여 신인작가 사나와 함께 취재를 진행시킨다. 과거 사건의 주범 격으로 여겨지는 오부치의 자서전을 담당함으로써 출세했다.
오구라 사나: 쿠라시나 카나
신인 소설가. 오부치의 자서전에 이끌려 하게 된 기획을 하시모토에게 제안하고, 취재를 진행시키는 사이 사건 그 자체에 몰입해 가게 된다.
오부치 히데유키: 하시모토 료스케
사형수. 18년 전 당시 사귀고 있던 고교생 아오타 아야코를 세뇌해, 그녀의 부모를 살해한 죄로 사형이 확정되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재심 청구에 나선다.
스즈키(오부치) 레이코: 렌부츠 미사코
법정 화가로서 오부치 히데유키의 재판을 방청한 것을 계기로 그와 옥중 결혼했다. 엘리트 집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오부치의 존재가 전부가 되어 간다.
아오타 아야코: 쿠도 미오
18년 전 「여고생 부모 살해 사건」의 공범자. 당시의 연인 오부치와 함께 양친을 살해. 재판에서는 오부치에게 조종되었다고 증언하며 무기 징역이 확정되었다.
이치카와 세이코: 사이토 유키
오부치의 전 애인. 과거 토도로키쇼보의 편집장 대리로서 억 단위의 예산을 움직였지만, 회사의 경비를 횡령해 해고되었다. 시종 불손한 태도로 주위를 농락하다.
오구라 미에: 미야자키 요시코
사나의 어머니. 딸에게 집착하며 과도한 애정을 쏟는다. 일그러진 부모 자식 관계의 배경에는 사나가 짊어진 어떤 과거가 관계되어 있다.
카사하라 토모코: 와타나베 마키코
토도로키쇼보의 카리스마 편집자로, 뉴스 프로그램의 해설자도 맡는 등 솔직한 발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해고된 이치카와 세이코의 후배로서 접점이 있다.
고이즈미: 니시무라 모토키
토도로키쇼보의 편집자. 하시모토의 동기이지만 출세 레이스에서 뒤처지고 있어 역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사사이: 진보 사토시
이벤트회사 사장. 과거 행실이 불량했던 알바 오부치를 사무실에서 쫓아냈지만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 증언한다.
타도코로 유미에: 미사키 아야메
변호사. 레이코의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이며 유일한 이해자이다. 오부치의 담당 변호사로서 결혼한 두 사람을 지원한다.
오노: 와타나베 히카루
사형수가 된 오부치가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의 교도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오부치를 대한다.
스즈키 타카코: 토코시마 요시코
레이코의 어머니. 레이코를 노골적으로 내려다보는 남편이나 아들과 달리, 딸에게도 변하지 않는 애정을 쏟는다.
스즈키 유헤이: 시메카케 류야
레이코의 남동생. 대기업 은행의 직원이며, 용모도 두뇌도 완벽하고 자신감이 있는 엘리트. 누나 레이코를 무시한다.
스즈키 토시히코: 나카무라 이쿠지
레이코의 아버지.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자신과 비슷한 아들을 편애하고 서투른 레이코를 업신여긴다.
아오타 사치코: 키리시마 레이카
아야코의 어머니. 개업의로 남편과 함께 아오타 클리닉을 운영했으며 상류층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몇 가지 추론해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있다. 인격자라 알려진 부모가 실은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고 뭔가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지 않을까 하는 점.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쌓인 게 있고 범행동기가 있어야 이야기가 성립될 테니 말이다. 두 번 째로 레이코라는 인물에 대한 의구심이다. 희대의 살인사건 주범자로 사형을 판결 받은 자에게 홀딱 빠져 옥중 결혼까지 한다는 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또한 교도소에 갇힌 몸으로 여자를 받아들인 전직 호스트, 뭔가 목적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레이코야말로 향후 전개에 열쇠를 쥘 인물로 보인다. 세 번째로 연재에 집착하는 작가의 정체만큼이나 본심이 궁금해지는 이가 바로 편집자다. 그가 목적하고 있는 바는 단지 진실을 규명하는 것뿐일까, 혹은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무튼 모든 문제는 부모 자식 간의 비틀린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 듯싶은데, 보통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깔끔한 결말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이니 아예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화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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