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시작
海のはじまり
일본드라마 특유의 잔잔한 전개와 부드러운 색감의 화면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이다. 메구로 렌, 후루카와 코토네, 아리무라 카스미, 이케마츠 소스케, 키도 타이세이 등 요즘 핫한 젊은 배우들이 총집합한 가운데, 만남과 이별의 통과의례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는 청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시작하기에 멜로인가 싶지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조금씩 결이 달라지기에 새삼 몰입하게 된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아버지”가 되고, 언제 어떻게 “어머니”가 되는 것일까. 지금 이 시대, 전하고 싶은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통해 그려지는 “가족”의 이야기. 우부카타 미쿠 각본×카자마 히로키 감독×무라세 켄 프로듀서의 드라마 『silent』팀이 다시 집결해 만들어간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건 물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몰랐던 젊은 아빠가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나타난 어린 딸과 함께 엮어가는 관계나, 서로에게 둘 뿐이던 아이와 엄마, 먼저 세상을 떠난 딸과 자식을 앞세운 부모, 연인의 아이와 아빠의 연인이라는 관계 등, 등장하는 인물들 속에 있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생기는 다양한 감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그리는, 그야말로 여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츠키오카 나츠는 대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사귀게 된 동급생·나구모 미즈키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취업 준비를 하던 어느 날, 단호한 태도로 임신중절 서류를 들이 민 그녀는 갑자기 결별을 선언하고 그대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인쇄회사에 취직해 연상의 연인과 새로운 인생을 걷고 있던 나츠였지만, 대학시절 친구로부터의 연락으로 미즈키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이별을 통보받은 이래 한 번도 만나지 않았었기에, 그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은 채 장례식에 향한 나츠는, 거기서 만난 우미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가 미즈키의 아이이며 자신이 그녀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는다. 연이어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한 나츠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낳고 말없이 홀로 그 아이를 키웠다니. 나츠는 미즈키와 우미가 보낸 7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생각을 하고, 모두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기로 한다.
<등장인물>
츠키오카 나츠: 메구로 렌
인쇄회사 근무.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에게서 키워졌다. 이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혈연관계가 없는 아버지와 세 살 아래 남동생이 있다. 귀찮은 일이나 머리 쓰는 일 등은 웬만하면 피해왔고, 특별히 큰 좌절을 겪은 적도 없이 살아왔다. 우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모세 야요이: 아리무라 카스미
화장품 제조업체 근무. 나츠의 현재 연인.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 슬슬 나츠와 결혼도 생각하던 때, 미즈키의 부고를 계기로 그녀의 인생 또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구모 미즈키: 후루카와 코토네
나츠가 대학 시절에 교제했던 연인으로, 우미의 엄마. 마이 페이스적인 성격이지만 밝고 솔직하며 자립심이 강하다. 죽기 전에 도서관에서 근무했다.
나구모 우미: 이즈카니 라나
미즈키의 딸. 아빠라는 존재는 알아도 누군지는 모른 채 자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좋아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참석한 나츠와 처음 만난다.
츠노 하루아키: 이케마츠 소스케
미즈키가 나츠와 헤어진 후에 일하던 도서관 동료. 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서 육아나 사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모녀를 지지해 왔다.
나구모 아카네: 오타케 시노부
미즈키의 어머니. 불임 치료 끝에 얻은 소중한 외동딸과 갈등도 있었지만 점차 모녀의 관계도 회복되기 시작하던 중 자식이 자신보다 먼저 죽는 가혹한 현실을 맞게 된다.
나구모 쇼헤이: 리쥬 고
미즈키의 아버지. 외동딸인 미즈키가 대학생이 되어 도쿄에 간 이래, 아내와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츠키오카 야마토: 키도 타이세이
나츠의 남동생. 도쿄의 본가에서 친아버지, 새어머니와 셋이 살고 있다. 말로 하는 것이 서투른 나츠와는 달리, 생각하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나와 버리는 타입이다.
츠키오카 카즈야: 하야시 야스후미
야마토의 아버지. 아내를 일찍 잃고 재혼해 나츠와도 가족이 되었다.
츠키오카 유키코: 니시다 나오미
나츠의 어머니. 이혼 후 나츠를 키우다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주인공이 어찌나 머뭇거리는지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닮은 구석이 있기에 연민의 애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른생활맨 같은 이미지의 메구로 렌이라서 더욱 애틋한 건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 예뻐지는 아리무라 카스미의 밀도 깊은 분위기, 자기 색깔 강한 후루카와 코토네의 유니크함, 말할 나위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 이케마츠 소스케를 비롯해 주조연 할 것 없이 등장인물 각자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쏟아낸다. 또한 이 이야기 속에서 큰 의미를 지닌 여자아이 “우미”를 연기하는 이즈타니 라나의 깜찍함이야말로 보석 같은 존재다. 「정말 좋아했던 엄마를 갑자기 잃고, 그 엄마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 만난다.」 그래서 울지 않고 자신도 마음껏 나츠를 좋아하는 우미의 사랑스러움에 녹아내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솔직히 아이를 낳는 여성의 결정에 따르라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상대 몰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너무 이기적인 행위 아닌가. 애초에 지우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건만 착한 남주는 그저 미안해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게다가 남의 아이를 선뜻 받아들이겠다는 야요이의 입장은 공감과 비공감 사이를 맴도는데, 친아빠와 친해질 시간도 주지 않고 처음부터 자신도 함께 하려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입양도 아닌데. 과거 낙태한 아기에 대한 속죄라면 더 불순하고. 좋은 사람인양, 올바른 어른인양 구는 태도에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는 건 미즈키와 우미 모녀를 사랑했던 남자의 상실감과 질투심, 딸을 잃은 빈자리에 아파하는 엄마의 아픔과 방황 쪽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갈등이 아니라 화합으로 나아갈 전망을 보이고 있으니, 가족의 이야기는 늘 그렇듯 어쩐지 눈가와 코끝이 실룩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보는 내내 휴지가 필요할 것 같다.
2024.07.01 ~ (월) 오후 09:00-09:54/일본 후지TV(フジテレビ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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