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작품 <방황하는 칼날さまよう刃>이 WOWOW 개국 30주년 기념으로 드라마화되었다.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사람인가, 법인가, 사회인가. 범죄 소설사에 오른 문제작이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죄와 벌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같은 작품을 실사화 했던 2009년 영화에서 형사 오리베 역을 맡았던 배우 ‘타케노우치 유타카’가 이번에는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겠지만 같은 스토리를 두고 다른 입장에 놓인다는 건 당사자로서도 꽤 의미가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두 시간짜리 영화와 달리 6회 분량의 드라마는 디테일이 많아질 테니 원작에 좀 더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3년 같은 원작으로 영화화되었다. 줄거리는 동일하더라도 감독도, 연기자도, 스탭도 모두 다른 만큼 각각의 특색이 있겠지만,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건 공통적인 부분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심각한 현실을 고발하는 이 작품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아버지와 그를 쫓는 경찰의 추적극은 잔인하도록 슬프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뺏긴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없다.”
외동딸 에마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수단으로 살해되어 가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을 본 아버지 나가미네는 격분한 나머지 귀가한 범인 중 한 명인 아츠야를 무의식중에 칼로 찌르고 주범 카이지를 쫓는다. 현행법상으로는 아직 사형이 적용되지 않는 소년. 아버지의 행동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여론을 양분하는 나가미네의 도망 복수극이 시작된다.
드라마 <さまよう刃, 2021>
연출: 카타야마 신조
각본: 요시다 노리코
등장인물
▶ 나가미네 시게키: 타케노우치 유타카
일찍이 아내를 잃고 홀아비로 혼자 딸 에마를 길러 왔지만, 그 딸이 잔인하게 살해되자 복수에 나섰다. 취미로 사냥을 하고 있었다.
▶ 나가미네 에마: 카와이 유미
나가미네 시게키의 외동딸. 죽은 어머니 대신에 가사를 해 나가면서, 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여고생.
▶ 키지마 와카코: 이시다 유리코
나가노에서 아버지의 펜션 경영을 돕는 여성. 일찍이 외아들을 갑작스럽게 병으로 잃은 슬픈 경험이 있다.
▶ 키지마 타카아키: 혼다 히로타로
와카코의 아버지. 나가미네가 묵게 되는 펜션을 경영. 딸이 나가미네의 도망에 도움을 주는 것에 고뇌한다.
▶ 오리베 타카시: 미우라 타카히로
경시청 수사 1과 순사부장. 나가미네를 형사로서 쫓으면서도, 자신도 외동딸을 가진 입장으로서 나가미네에게 공감하는 면이 있다.
▶ 히사츠카: 쿠니무라 준
경시청 수사1과 경시. 도망자 나가미네 시게키를 쫓는 지휘관.
▶ 마노: 후루타치 칸지
경시청 수사 1과 경부보. 오리베와 파트너로 움직이는 옛날 기질의 형사.
▶ 오다기리 유카리: 타키우치 쿠미
나가미네의 도망극과 그 원인을 만든 소년들의 사건을 집요하게 쫓는 주간지 기자. 센세이셔널한 사건을 막무가내로 써댄다.
▶ 나카이 마코토: 이노우에 미즈키
나가미네 에마 강간 살인 사건에 가담하게 되어버린 고교생. 경찰의 수사, 그리고 나가미네의 복수극에도 크게 관여하게 된다.
▶ 스가노 카이지: 이치카와 리쿠
나가미네 에마 강간 살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중벌에 처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행동하고 있다.
▶ 토모사키 아츠야: 나무라 신
나가미네 에마 강간 살인 사건을 일으킨 일당 중 한 명. 카이지와 함께 나쁜 짓을 일삼는 상습범.
▶ 무라코시 유카: 키자키 유리아
스가노 카이지와 함께 도망 다니고 있는 미성년 가출소녀.
영화 <さまよう刃, 2009>
연출: 마시코 소이치
출연: 테라오 아키라, 타케노우치 유타카
사카이 미키, 야마야 하츠오, 이토 시로, 사토 타카히로, 오카다 료스케, 쿠로다 코헤이
일본의 명품배우 테라오 아키라가 딸을 잃고 분노한 아버지 ‘나가미네’ 역을, 미남에 연기까지 잘하는 타케노우치 유타카가 고뇌하는 형사 ‘오리베’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2명의 미성년자가 어린 소녀 에마를 성폭행을 하다 예기치 않게 에마가 죽어버리자 범인들은 시체를 강에 버린다. 경찰이 발견한 시체로 딸의 죽음을 확인한 나가미네. 그에게 수수께끼의 남자가 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를 남긴다. 범인의 집에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딸이 마약에 취한 채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고, 분노가 절정에 달한 순간 집에 들어온 범인을 순간적으로 처참히 죽여 버린다. 이때부터 나가미네는 피해자 가족이 아닌 용의자가 되고, 경찰은 도망친 또 다른 범인을 쫓고 있는 그를 막기 위해 지명수배령을 내린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 2013>
연출: 이정호 감독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준영, 이수빈, 최상욱, 이주승, 송지혁
하나뿐인 딸을 처참하게 떠나보낸 아버지 역에 정재영, 그를 쫓는 사건 담당 형사 억관 역의 이성민, 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님들이 만났으니 그들의 복잡한 심경이 리얼하게 다가온다.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딸의 죽음 앞에 무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그리고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그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철용을 발견한다. 순간,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인 상현은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한편, 수진이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억관(이성민)은 철용의 살해현장을 본 후, 상현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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