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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 드라이브 마이 카 외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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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은 실사화하기 까다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영상에 담아낸 작품들은 역시 완성도가 높다.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가 영화의 스크린 가득 흐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확 끌어당기기 시작하는 것을 하루키의 팬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혹은 팬이 아니더라도 음? 이건 뭐지? 이 색다른 감각은? 하고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현대인의 고독과 공허, 상실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작품 성향 덕분에 어쨌든 영화화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많은 색깔을 지니다 보니 하루키 소설원작의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의외로 제법 된다. 그것도 세계 각국에서 제작이 되었다는 사실에 입각하면 하루키는 일본보다도 글로벌한 무대에서 더욱 인정받는 작가임이 드러난다. 볼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보고나면 생각의 여운을 남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영화들. 시간 있을 때 하나씩 감상하노라면 어느새 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드라이브 마이 카

ドライブ・マイ・カー, Drive My Car, 2021

 

 

2014년 출간한 단편소설집 <여자가 없는 남자들女のいない男たち>에 수록된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남자의 상실과 희망을 다룬 이야기다.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 유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는 각본가인 아내(키리시마 레이카)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나 그녀는 어떤 비밀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년 후, 상실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그는 연극제에서 연출을 담당하게 되어 히로시마로 향한다. 아내와의 기억이 새겨진, 아끼는 자동차 사브를 몰고. 그곳에서 과묵한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만나 나날을 보내던 중, 가후쿠는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던 어떤 것을 깨닫는다. 한편 이야기의 열쇠를 쥔 배우 다카쓰키 역은 오카다 마사키가 연기한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작품으로 2021년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 일본 영화로서는 사상최초가 되는 각본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 독립상영관협회(AFCAE)상,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 등 4관왕을 획득한 바 있다. 히로시마, 도쿄, 홋카이도, 한국 로케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연극적인 요소를 수용함으로써 색다른 묘미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공식 홈페이지


 


버닝

バーニング, Burning, 2018

 

 

1983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納屋を焼く>를 원작으로, 이야기를 대담하게 재구성한 미스터리 드라마다. 국내에는 단편집 <반딧불이>에 수록되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는 소꿉친구인 여성 혜미(전종서)와 우연히 재회해 그녀가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는 동안 애완묘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혜미는 아프리카에서 알게 됐다는 수수께끼의 돈 많은 남자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혜미와 함께 존스의 집을 찾아가 비밀을 털어놓는다. “전 가끔 비닐하우스를 태우고 있어요.” 그러다 그날을 경계로 해미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그녀에게 강하게 끌렸던 준수는 필사적으로 행방을 찾는 동시에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힌다. 이창동 감독은 8년만에 컴백작으로 작품을 선택하며 젊은 세대로 눈을 돌렸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하는 심리에서 빚어지는 세 남녀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이 영화는 촬영, 미술, 분장, 의상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명품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웰메이드작으로 평가받는다.

 



 


하나레이 베이

ハナレイ・ベイ, Hanalei Bay, 2018

 

 

2005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집 <도쿄 기담집東京奇譚集>에 수록된 “하나레이 베이ハナレイ・ベイ”는 10년 전 서핑 중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미혼모가 상실을 딛고 희망을 찾는 모습을 그린다. 피아노 바를 운영하는 사치(요시다 요)는 홀로 키운 아들 타카시(사노 레오)가 하와이 카우아이 섬 하나레이 베이에서 서핑을 하다 상어에게 습격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매년 아들의 기일 즈음이 되면 그녀는 하나레이 해변을 찾아와 들고 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가끔씩 바다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홀로 조용한 휴가를 보낸다. 십년이 지난 어느 날 사치는 일본에서 서핑 여행을 온 두 소년과 마주치고, 타카하시(무라카미 니지로)는 빨간 서프보드를 가진 오른쪽 다리 없는 일본인 서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요한 것 같던 사치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가 슬픔이 빚어낸 처연한 상실감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요시다 요의 감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 Norwegian Wood, 2010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イの森>은 국내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린 작품이기도 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소설에 뽑히기도 한 베스트셀러다. 국내에서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37세의 와타나베(마츠야마 켄이치)는 독일 행 기내에서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과거 청춘시절을 떠올린다. 17세의 와타나베와 절친 기즈키(코라 켄고), 그의 연인 나오코(키쿠치 린코)는 항상 셋이 어울리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즈키가 홀연히 죽음을 택하고 남겨진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도망치듯 각자의 진로를 선택한다. 19세. 도쿄의 대학에 다니는 와타나베를 나오코가 찾아오고 가까워지지만, 또다시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녀에게서 요양원에 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한편 스무살의 와타나베의 삶에 통통 튀는 성격의 미도리(미즈하라 키코)라는 여성이 들어온다. 허무와 불안이 마음을 흔드는 혼돈의 세계에서 사랑하고 방황하며 힘껏 살아가는 청춘을 그린 이 작품은 베트남의 유명 감독인 트란 안 홍이 특유의 색채감각과 탐미적인 이미지로 영상화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神の子どもたちはみな踊る, All God's Children Can Dance, 2008

 

 

2000년 발표된 단편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神の子どもたちはみな踊る>를 원작으로 미국 감독 로버트 로게발에 의해 영화화되어 아버지의 부재와 신의 존재를 조명하고 있다. 아버지 없이 신앙심 두터운 어머니(조앤 첸)와 단둘이 사는 청년 켄고(제이슨 루). 종교 활동에 열심인 어머니로부터 ‘신의 아들’로 자란 주인공은 타인과의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직장의 상사와도 연인과도 거리를 두게 된다. 어느 날, 귀가 빠진 남자를 본 켄고는, 그가 자신의 진짜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뒤를 쫓고, 신기한 체험을 통해 자신이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원작은 1995년 일본을 강타한 고베 대지진을 모티프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대재앙으로 불행을 겪게 된 사람들이 그 충격과 아픔과 상실감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극복해 가는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영화에서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설정이 바뀌어 있다. 주인공의 연인 역의 배우 소냐 킨스키가 나스타샤 킨스키의 딸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빵가게 습격

パン屋襲撃, Attack on a Bakery, 1982

 

 

1981년 발표된 단편소설 <빵가게 습격パン屋襲撃>은 야마카와 나오토 감독에 의해 단편영화로 제작되었다. 나와 동료는 배를 주리고 있었다. 꼬박 이틀 물밖에 마시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식칼을 들고 빵집으로 갔다. 머리가 벗겨진 50대의 빵집 주인은 라디오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바그너의 음악에 넋을 잃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 손님이 드디어 가게를 떠나자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파요. 게다가 빈털터리가 됐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공산당원인 빵집 주인이 그들에게 제안한 것은 무엇일까. 저주를 받느냐, 죽임을 당하느냐,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빵가게 습격'은 하루키의 초기 시절 단편소설로 1981년 「와세다 문학」 10월호에, '빵가게 재습격'은 1985년 「마리끌레르」 8월호에 실렸던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을 하루키는 30여 년 만에 '빵가게 습격'은 '빵가게를 습격하다'로, '빵가게 재습격'은 '다시 빵가게를 습격하다'로 제목을 고치고 내용을 손봐 새로운 '빵가게 시리즈'로 재탄생시켰다.

 






빵가게 재습격

パン屋再襲撃, The Second Bakery Attack, 2010

 

 

1989년 다시 단편집에 등장한 빵집 습격 사건. <빵가게 재습격パン屋再襲撃>은 갓 결혼한 부부가 밤중에 극심한 배고픔을 겪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를 습격하는 블랙 코미디다. 일찍이 친구와 함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빵집을 습격한 경험을 가진 나. 그러나 그때의 습격이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나는 저주를 받고 만다. 아내는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빵가게를 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산탄총을 들고 나선다. 이 속편 격인 단편영화는 기예 감독으로 주목받는 카를로스 쿠아론의 지휘 아래 브라이언 게러티와 커스틴 던스트가 주인공 부부로 등장해 기묘하고도 코믹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토니 타키타니

トニー滝谷, Tony Takitani, 2004

 

 

1990년 발표한 단편소설 <토니 타키타니トニ-滝谷>는 이후 롱버전으로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レキシントンの幽霊>에 수록되었다. 토니의 아버지는 재즈 트롬본 연주자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는데, 늘 집을 비우다보니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토니는 고독을 안고 성장한다. 미술을 전공한 토니(오가타 이세이)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재능을 발휘하고, 아담한 체구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에이코와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옷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갖고 있었으니, 그러한 충동은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옷만 가득 남은 채 다시 외로움에 괴로워진 토니는 결국 아내와 완벽히 일치하는 치수를 가진 여성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내게 되고 한 여인이 찾아온다. 감독 이치가와 준은 원래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팬으로 염원하던 그의 작품을 영화화하기에 이르렀다. 아내와 아르바이트 여성의 일인이역을 연기한 미야자와 리에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風の歌を聴け, Here The Wind Sing, 1981

 

 

1979년의 중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風の歌を聴け>로 하루키는 군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여름방학 때 해변가의 고향으로 귀성한 주인공 대학생과 단골 바에서 만난 옛 친구와의 재회, 그리고 한 여자와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고베를 무대로 설정했다. 10년 전, 도쿄의 대학생 '나'(고바야시 카오루)는 방학을 맞아 고베에서 단골로 드나들던 [J's Bar]로 향하고, 옛 친구 '쥐'(마키가미 코이치)와 재회를 축하한다. 며칠 후 나는 바에서 과음을 하고 쓰러져 있는 여자(신교지 키미에)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으며 떠나간 여자를 이후 레코드 가게에서 만나 차츰 마음을 터놓게 된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쥐의 모습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여름의 끝, 그것은 나에게 청춘의 끝과 같은 예감이 든다. 10년 후인 지금, 나는 제이의 가게에 가지만, 그곳은 아무도 없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하루키와는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오모리 카즈키 감독이 그려낸 청춘영화의 가작이다. 재즈 뮤지션인 사카타 아키라도 출연해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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