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新聞記者, The Journalist
2022년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일본드라마 《신문기자》. 늦었지만 어찌어찌 감상하게 되었는데, 첫 화부터 지금 일본드라마를 보고 있는 건지, 국내뉴스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유사점이 많아 흥미로우면서도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원래 이 작품은 카케학원 스캔들을 보도한 도쿄신문 기자·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의 책을 원작으로 영화화되었던 것을 같은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내용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학 스캔들과 권언유착을 다루고 있어 아베 정권이던 영화 제작 당시 업계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워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2019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일본 아카데미상 3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사립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총리 부부가 연루되었다는 공직자 비리 스캔들이 터졌다. 일본 토토신문의 사회부 기자인 마츠다 안나는 정치적 스캔들과 범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집요한 취재를 계속하는데, 그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진실 앞에 가로놓인 벽은 거대한 세력으로 버티고 선채 강한 압력을 넣는다.
-기자: 신설 학원의 부지로 압력을 넣어 국유지를 헐값으로 매입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총리: 나와 내 아내가 이 일에 관여했다면 나는 총리도 의원도 그만두겠습니다!
-총리보좌관: 일이 커졌네. 그냥 원고대로 읽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내각 정보조사실: 국민에게 내용을 전부 알릴 필요는 없어. 거를 건 걸러야지, 가짜뉴스도 많은데. 비리 스캔들을 파고드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해 보고하기 바란다.
-정부 고위직 관료: 총리의 말과 다른 부분은 모두 수정하도록!
-재무국 중간관료: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위에서 다 알아서 정리해 주실 테니.
-정부 고위직 관료: 언론에 유출됐어. 간단히 수습될 것 같지 않으니 사임하고 국정조사에 잘 임하도록!
-야당 국회의원: 관련 문서를 조작한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누구의 명령이었습니까?
-이재국장: 위에 보고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 재무국 자체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형사 사건이 될 소지가 있으니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재무국 직원: (동공 지진@@;) 줄곧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 왔습니다. 이건 은폐라고 말했어요.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나는 그저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검사: 당신이 한 일이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묻는 겁니다.
-재무국 직원: (...그래서 어쩌라고요? 나를 이용하기 위해 부른 겁니까? 이제 알아서 사라지라고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왜 그렇게 실무진에서 사망자가 생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등장인물>
-토토신문사-
요네쿠라 료코(사회부 기자·마츠다 안나)
후키코시 미츠루(사회부 부장)
에모토 토키오(사회부 기자·마츠다의 후배)
츠치무라 카호(사회부 기자·마츠다의 후배)
하시모토 쥰(신문사 데스크)
-신문배달업소-
요코하마 류세이(대학생)
오노 카린(대학생)
덴덴(배달업소 소장)
-쥬부 재무국-
타구치 토모로오(총괄관리)
요시오카 히데타카(쥬부사무국으로 이동해온 공무원·스즈키)
테라지마 시노부(스즈키의 아내)
-정부관계자-
아야노 고(내각의 젊은 관료)
다나카 테츠시(내각 정보조사실 관료)
리쥬 고(이재국장)
하기와라 마사토(내각관방·마츠다 안나의 오빠)
유스케 산타마리아(정경유착을 의심받는 인물)
사노 시로(총리보좌관)
-검찰청-
오오쿠라 코지(검찰청 열혈검사)
정부가 언론을 어떻게 통제하고 자료와 여론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대놓고 꼬리자르기를 하고도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정부인사들. 말로만 국민을 앞세우고 사회·경제 운운하며 뒤로는 검은 속내를 실컷 채우고 있는 각료들. 정치의 세계란 그런 것일까.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도 정치권에 발을 담그면 정의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만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백기를 들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나라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자각한 것일까. 이후엔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흔히 보는 케이스다. 기자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는 대로 기사화한 뉴스는 이제 읽고 싶지도 않다. 정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일까, 궁금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진실을 보도하고자하는 진정한 저널리스트는 있다고 믿는다.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다 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만은 멋대로 호도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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