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의 심판
ジャンヌの裁き
“검찰심사회”라는 생소한 단어와 뭔가 명확하지 않은 홍보 때문에 무심코 흘려보냈던 드라마인데 워낙 기대치가 없어서였는지는 몰라도 1화를 감상한 후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권력은 사법체계에 있어 막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찰수사로 용의자를 특정한다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의 처벌을 받을 기회조차 사라져버리고, 때로는 무고한 시민이 법정에 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일본의 재판에서는 99.9%가 유죄판결이 난다는 것. 따라서 검찰측은 확신이 없으면 기소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는 법의 맹점이 생긴다. 이에 착안한 작품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해주기 위한 제도로서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가 바로 이 드라마 <잔느의 심판>이다. 여기서 ‘잔느’란 ‘잔다르크’에서 따온 것으로 “정의 구현”을 테마로 삼고 있다.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지만 그 또한 매력적인 배우 타마키 히로시가 검찰 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소녀 만화가 싱글파더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그럭저럭 인기 있는 순정만화가 “산푸 미나미”. 그 정체는 조금 우유부단한 싱글파더 에치젠 고타로다. 어느 날 고타로에게 법원에서 검찰심사원으로 임명되었다는 통지서가 도착한 것을 계기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들 중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사건을 골라 기소인가 불기소인가를 논의하고 표결에 붙여 결정하는 시스템이 바로 “검찰심사회”다. 이에 선발된 심사원들은 성별, 나이, 직업 모두 천차만별에 건성으로 임하고 있었고 고타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추첨으로 심사원장으로 뽑힌 데다 막상 피해자를 마주하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압도적인 <강자>인 검찰 앞에 <약자>인 일반인의 오합지졸이 게임이 되겠느냐마는 어찌어찌해서 첫 번째 사건을 기소에 붙이는데 성공했다. 검찰심사회 멤버들이 잔 다르크가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사건에 숨겨진 거악의 존재에 맞서가는 통쾌한 엔터테인먼트 사법 드라마의 막이 올랐다.
<등장인물>
에치젠 고타로/산푸 미나미: 타마키 히로시
소녀 만화가. 세간에서는 여성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이혼하고 두 아이를 맡아 양육하고 있는 싱글파더다. 검찰심사원으로 선택되고 심지어 심사원장까지 맡게 되었다.
곤도 후미: 사쿠라이 유키
착실한 성격의 변호사. 검찰심사회에 심사보조원으로 스스로 지원했다. 검찰과 엮인 뭔가 과거 사건에 대한 사연이 있다.
고토부키 슈이치: 오토오 타쿠마
형사. 고타로와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사건으로 인해 오랜만에 재회했다.
쿠사카베 사와코: 유카
신문기자. 고타로의 전처. 이혼은 했지만 유약한 고타로를 걱정한다.
히야마 우노스케: 다나카 나오키
도쿄지검 특수부장. 뒤에서 여러 일들을 획책하며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시오카와 마나부: 가네코 노보루
도쿄지검 특수부사무관. 히야마의 직속부하
-검찰심사회 멤버-
코노 미야: 타카오카 사키
생각한 건 바로 말하는 타입으로 “고양이”처럼 때로 예리한 눈을 가진 네일살롱 경영자
다카모리 겐이치: 이리에 진기
“박쥐”처럼 모두에게 좋은 얼굴을 하는 증권맨
네즈 신야: 하세가와 준
항상 무언가에 무서워하는 “쥐”와 같은 게임 프로그래머
헤비즈카 타모츠: 야마모토 류지
“뱀”같은 눈을 한 멤버 최연장자 스시 장인
가미야마 와코: 이토세 나나하
“강아지”처럼 냄새를 잘 맡고 잘 떠드는 간호사
효타니 마코토: 스틸 텟페이
게이바 “표주박”의 마마
토라모토 마모루: 요자 요시아키
“호랑이과”로 한신 열혈 팬인 전기배선공
토가와 우사미: 마쓰모토 쥰
“토끼”와 같이 상냥한 분위기를 지닌 주부
도리이 치카코: 오시노 사라
자칭·연극 관계자로 뭔가 사건의 재현을 연기하고 싶어 하는 주부
우마키 시마오: 사카이 쇼
말솜씨도 풍모도 건들건들한 DJ
역시 타마키 히로시의 선택은 옳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샤프하고 유능한 이미지로 분했던 경찰 역할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물쭈물 기가 약한 모습의 소시민 역할로 탈바꿈하며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원래 영웅은 군중 속에서 나오는 법이지 않은가. 거대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심판대를 보며, 실제로 “검찰심사회”라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적인 캐릭터가 고루 갖추어진 심사원 11명은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낼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가 되겠으나,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묻어버리고자 하는 과거의 사건이 무엇일지 “검찰심사회”를 적극적으로 돕는 변호사와는 어떻게 엮여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몰입도를 높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타마키 히로시가 분한 에치젠 고타로가 어릴 때 꿈꾸었던 “정의의 사도”로서 성장하게 된다면 더 흡족하겠지만. 아무튼 지켜볼 만한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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