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얼굴로 울 수 없어
君の顔では泣けない

영화 <네 얼굴로 울 수 없어>는 일본의 신진작가 기미지나 가나타君嶋彼方가 제12회 소설 야성시대 신인상을 수상한 데뷔작을 원작으로 한다. 몸과 마음이 뒤바뀐 채 어른이 되어버린 남녀의 15년 이야기를 그린다. “15년 전, 눈을 뜨니 몸이 바뀌어 있었다.” 나를 되찾고자 서로를 지키는 고교생 두 사람의 성장소설. 남녀의 몸이 서로 뒤바뀐다는 설정은 흔한 소재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다른 점은 한때의 이상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이 바뀜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을 코믹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려가는 에피소드가 보통의 전개라면 여기서는 달라진 자신의 신체를 받아들여 가는 고충, 가족 간의 소통 문제, 실존적인 불안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들을 신선하고 진중하게 부각시킨다. 얄궂은 운명에 처한 두 사람을 요시네 쿄코와 타카하시 카야토, 그밖에 니시카와 아이리, 타케이치 나오, 나카자와 모토키, 오오츠카 네네 등이 연기한다. 감독과 각본은 유이치로 사카시타.


고교 1학년인 사카히라 리쿠와 미즈무라 마나미는 수영장에 함께 떨어진 것을 계기로 몸이 뒤바뀌고 만다. 두 사람은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바뀐 것을 주위에 숨기고 일상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몸이 바뀐 뒤로 ‘이방인’이라는 아지트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두 사람. 그 공간에서만큼은 서로를 연기하지 않고, 오롯한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언젠가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서로를 위해 서로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야만 하기에, 둘은 삶을 도모하고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러나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리쿠와 마나미는 진학, 첫사랑, 취업, 결혼, 출산, 그리고 부모와의 이별과 인생의 전기를 경험해 간다.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이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 지금 이때 놓아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바뀐 지 15년이 지난 30세의 여름, 마나미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았을지도 모른다고 리쿠에 고한다. “나, 바뀐 게 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책 속에서>
“사카히라, 잘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웃는 미즈무라의 뺨은 어제와는 달리 경직돼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아아, 미즈무라도 역시 불안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도 애써 웃으며 나를 격려해주고 있다.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대로 계단을 내려간다. 괴로워하는 내 얼굴을 보는 건 괴롭다. 물론 그건 미즈무라라고 다르지 않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미즈무라가 미즈무라의 인생을 언제 되찾아도 상관없도록, 미즈무라가 마음 아파할 필요 없도록 완벽하게 미즈무라로 살아가며,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감쪽같이 속여내고야 말겠다고. --- 54p
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극심한 공포의 기저에, 이 몸은 내 게 아니란 인식이 깔려 있단 것을. 이대로 죽으면, 미즈무라 말곤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 채 이 몸으로 죽어가는 꼴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섬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죽으면 미즈무라는 원래의 자신의 몸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매일 밤 그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리곤 했다. --- 290p

스스로의 의지도 아닌데 태어난 성정체성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성격으로 살아가야 한다니,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까지도 싹 다 바뀌는 데다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면 노력한다고 감당해낼 수 있을까. 상대방도 똑같은 처지인데다 언제 되돌아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마음대로 망가질 수도 없고 남자로서 또는 여자로서의 신체와 삶을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호러보다 더 무서운 가설이다. 비록 본래는 자신의 인생이었다 한들 ‘타자의 인생을 존중한다’는 두 주인공을 통해,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는 각자의 삶을 떠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싶다.



'무비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감성을 자극하는 휴먼스토리, 영화 ‘항구의 빛’ (0) | 2025.12.10 |
|---|---|
| 사카구치 켄타로 감성미스터리 영화 ‘반상의 해바라기’ (0) | 2025.12.08 |
| 어른들의 러브스토리, 영화 ‘평지에 뜨는 달’ (0) | 2025.12.03 |
| 기무라 타쿠야 도쿄 로드무비, 영화 ‘도쿄 택시’ (0) | 2025.12.01 |
| 베스트셀러 소설원작 서스펜스 영화 ‘폭탄’ (0) | 2025.11.28 |